그러나 가격에 대한 이견 등으로 매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결국 예보가 손실보전 규모를 늘려 헐값에 팔거나 ‘관치’의 힘으로 대형 금융회사에 부실 저축은행을 떠넘기는 식으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쏟아지는 매물… 주인 찾기 난망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저축은행은 15개 이상이다.
전북·전일·으뜸저축은행은 예보가 설립한 가교저축은행(부실 저축은행 정리를 위해 예보가 출자해 설립한 저축은행)인 예쓰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으로 흡수됐다.
올해 영업정지를 당한 대전·전주·보해저축은행은 매각 입찰이 모두 유찰된 유찰된 상태다.
대전저축은행은 예나래로, 전주·보해저축은행은 예쓰저축은행으로 각각 계약이 이전됐다.
김진기 예보 저축은행정상화부 부장은 “예보가 설립한 가교저축은행으로 계약이 이전되면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하며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고객 신뢰도 확보할 수 있다”며 “적당한 시기에 지분을 팔아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토마토·제일·제일2·프라임·대영·파랑새·에이스저축은행 등 7곳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예보는 이들 저축은행에 대해 45일 이내에 자체 경영정상화를 유도할 계획이지만 회생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다음달이면 모두 매각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솔로몬·HK저축은행 등은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지만 대주주가 자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이번 영업정지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경영상태가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6개 저축은행을 잠재적 매물로 가정하면 무려 20개 이상의 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매물은 넘치는 상황이지만 마땅한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 모두 표면적으로는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지만 막상 입찰이 시작되면 예보와의 가격 협상 단계에서 번번이 손을 떼고 있다.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만큼 인수단계에서의 자금 부담은 크지 않지만 숨겨진 부실이 만만치 않아 향후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 증권업계도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지만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전에 선뜻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 매각가격 인하·경영진단 정확성이 관건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토마토와 제일저축은행은 자산 규모가 각각 3조8835억원과 3조3137억원에 달하는 대형 저축은행이다.
이 정도 규모의 저축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은 4대 금융지주사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실 규모가 확실치 않아 인수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이 사들인 우리저축은행(옛 삼화저축은행)도 인수 후 새로운 부실이 드러나면서 거액의 증자를 실시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금융회사들은 예보가 손실보전 규모를 늘려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예보가 부실 저축은행 매각과 관련해 최소비용의 원칙을 고수한다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 들어 저축은행 매각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예보가 너무 경직된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공급이 이뤄져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부실 저축은행 정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쌀수록 인수하기 수월한 게 사실”이라며 “연말이 되면 시장에 매물이 더 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지금은 관망하겠다는 인수자들이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결국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 인수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면서 금융지주사 등 대형 금융회사에 부실 저축은행을 떠넘기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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