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경우 코스피 지지선으로 여겨져 온 1700선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증권가는 우려했다.
반면 최근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추세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투기 성향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안전자산 유턴 달러 초강세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1.4원 오른 1148.4원을 기록했다. 하루 만에 연중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당국이 장초반 시장 개입을 시사했으나 환율은 막판까지 오름세를 이어갔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따른 유로화 급락이 안전자산 선호를 심화시키면서 달러화 초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유로존 사태 해소를 위한 국제 공조가 지연되는 점도 안전자산 선호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임노중 솔로몬 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그리스 디폴트 우려를 비롯한 대외 불안감이 해소돼야 한다"며 "사태 악화시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서면 최근 코스피 하단 지지선인 1700선도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며 "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이탈 우려 점화
원·달러 환율이 뛰면서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도 빨라지고 있다. 환율 하락에 베팅했던 외국인이 환차손 최소화를 위해 증시에서 자금을 빼낼 가능성도 커졌다.
일각에서는 국내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가 신용도에 대한 우려로 한국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럽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로 극단적인 결과를 피하더라도 신흥국에서 질서있는 자금 이탈을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럽 은행권에서 자금 회수 욕구가 커지면서 주식에 이어 채권자금 이탈도 심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예전에도 환율·주가가 비례해 움직였던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이탈이 본격화 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외국계 자금은 8월 이후 이달 16일까지 5조8000억원 이상, 채권시장에서 2조원 이상 순유출 됐다"고 말했다.
◆추세적 외국인 이탈 우려 일러
추세적인 외국인 이탈을 우려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서 최근 외국인 이탈 규모는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이달 들어 환율 급등은 일시적으로 심리적·투기적 성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채현기 대신증권 연구원도 "유로존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커지면서 단기 환율 급변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3000억 달러 이상인 국내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심각하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채 연구원은 "무역·경상수지 또한 흑자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이 하락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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