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심기가 불편하죠. 전에는 부하 직원이었는데,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 동업종에서 비슷한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니, 오너 입장에서는 노하우가 유출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할 겁니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사장이 민복기 사장에 대해 느끼는 마음일 것이라고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밝혔다.
유통업체 세이브존을 운영하고 있는 용석봉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998년 이랜드에 근무하며 아울렛 사업의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나 세이브존을 설립했고, 몇몇 직원들도 그와 함께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후 세이브존은 한신코아백화점 인수전에서 이랜드를 제치고 사업 영역을 넓혔다. 뉴코아 인수전에서도 용 회장은 박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박성수 회장 입장에서는 용석봉 회장의 당돌함에 심기가 불편했음은 자명한 일. 결국 박 회장은 세이브존의 주력 상장사인 세이브존I&C의 주식을 사들이며 M&A를 시도할 정도록 심기가 편치 않았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에게 손동창 퍼시스 회장은 아직도 '한샘의 생산과장'이다. 퍼시스가 이미 중견 가구업체로 성장했음에도 조 명예회장은 사적인 자리에서 손 회장을 만나면 아직도 직원 대하듯 한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손동창 회장은 '반드시 한샘을 따라 잡자'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중이다.
이처럼 국내 재계에는 청출어람형 기업인들이 많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업인도 많은 듯하다. '사촌이 땅사면 배가 아프다'는 정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실리콘밸리 창업주들이 하루라도 빨리 직원들을 독립시켜 꿈을 펼치라고 독려하는 것과는 반대 현상이다.
적어도 기업의 오너 경영자라면 그에 걸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에 '월급 주던 사람이었으니 평생 직원이다'라는 마인드는 곤란하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업종 내 협력관계가 형성되고, 공동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업종 최고경영자들끼리도 화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반성장이나 상생은 있을 수 없다. 기업 세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적어도 비난하고 헐뜯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별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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