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말 ‘원인 미상 폐질환 사망 원인’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 가습기 살균제를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제조업체에는 출시를 자제를 요청했다.
보건당국의 이런 요청에도 불구하고 가습기 살균제는 지금도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인터넷 등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판매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가습기 살균제는 △옥시싹싹(제조업체 옥시)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 PB 상품 △세퓨 가습기 살균제(세퓨) △엔위드(클라나드·뉴트리아) △하이지어(에이엔씨아이) △클라나드(클라나드) 등 7여개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옥시의 ‘옥시싹싹’과 세퓨의 ‘세퓨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이 특히 높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 보건당국이 유통 중인 전체 제품의 성분이 다양해 이를 다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주요 성분, 제조사와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는 7여개 종류밖에 되지 않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이미 정부가 폐 손상 원인으로 지목한 이상 문제가 된 제조사의 제품명을 공개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또 “추가적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제적인 회수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 규모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7년 최초 출시된 뒤 현재 연간 판매량은 약 60만개, 판매액은 약 20억원에 달한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1개 의료기관에서만 성인 원인 미상 폐질환자가 28명으로 파악됐는데 조사 대상에 영유아를 포함하고 1997년으로 조사 기간을 확대할 경우 피해자는 훨씬 늘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간질성 폐렴으로 진료를 받은 5세 미만의 영유아는 600명이 넘는다.
간질성 폐렴 영유아 환자는 2008년 176명, 2009년 213명, 2010명 245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5~9세의 어린이 환자 역시 2008년 66명에서 지난해 92명, 10~14세 환자는 같은 기간 44명에서 6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5월 산모들에게 집중적으로 발병한 중증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보건당국의 발표가 나온 가운데 영유아 피해 사례가 추가로 있다는 것.
환경보호시민센터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철 카슨홀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원인 미상 폐질환에 걸려 사망하거나 병에 걸린 영유아 6명과 산모 2명의 피해사례를 공개했다.
이 시민센터는 가습기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물 입자는 폐 깊숙이 흡입될 수 있어 가습기 살균제를 쓰면 곧바로 폐에 살균제를 집어넣는 행위나 마찬가지로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금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자료 : 환경보건시민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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