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지난해 7280만 위안(약 126억원)에 낙찰된 중국 현대미술 권위자 쉬베이훙(徐悲鴻, 1895∼1953)의 누드화 작품이 전혀 다른 화가의 그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장비웨이여사의 누드화(人體蔣碧微女士)'는 지난해 5월 베이징 쥬거(九歌)경매유한공사가 진행한 경매에서 팔렸었다. 경매 업체는 쉬베이훙의 장남 쉬보양(徐伯陽·서백양)이 문제의 작품을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진본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양쑹린(楊松林) 산둥(山東)성 유화학회 회장 등 80년대 중앙미술학원에서 공부했던 10명의 화가들이 "이 그림은 1983년 5월 중앙미술학원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우리들이 그린 습작 누드화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당시 같은 모델을 두고 그린 5장의 누드화를 증거로 내세웠다.
쥬거경매유한공사측은 "현재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며 조속한 시간내에 조사결과를 공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0명의 화가들의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과 근거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누드화가 가짜로 판명된다면 이는 위작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그야말로 희대의 사기사건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미술학원의 한 교수는 "쉬베이훙을 비롯한 당대 화가들의 작품은 상당히 희소하다"라며 "유명화가의 작품이라며 경매에 나온 그림들이 위작이거나 가짜인 사례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난 6월 4억250만위안에 낙찰된 왕멍(王蒙)의 '치천이거도(稚川移居圖)'도 위작시비에 휘말려있다. 저명한 고서화 감정가인 페이광후이(裴光輝)는 지난 이 그림을 보고 "왕멍의 다른 작품에 비해 화법 등 수준이 떨어진다"며 위작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관중(吳冠中)의 작품도 가짜시비에 휘말렸었다. 2008년 상하이의 수집가 쑤민뤄(蘇敏羅)는 235만위안에 낙찰받은 우관중의 '지당(池塘)'을 들고 직접 우관중을 찾아가 감정을 의뢰했지만, 우관중은 보자마자 "난 이런 그림을 그린적이 없다"고 답했다. 쑤민뤄는 경매업체와 위탁업체를 고소했다.
유명화가인 한메이린(韓美林)은 "일부 경매업체들은 공공연하게 제 작품이라고 판매에 나서는 일이 많다"며 "최근에는 가짜그림을 거금에 구입한 한 낙찰자가 나를 찾아와 그림을 다시 그려달라고 통사정하는 통에 어쩔수 없이 그림을 그려준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경매업협회 부비서장인 정신샤오(鄭鑫皢)는 "경매업체들이 작품의 진위에 대한 판단은 위탁인의 자료에 근거한다"면서 "고대작품들은 모조품이 많기 때문에 감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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