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과 채권 금리 급등한 이 기간, 외국인은 파생상품시장에서 탁월한 운용 실력을 뽐내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국내 기관과 개인을 상대로 완승을 한 것이다.
25일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들은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약 8800억원, 국채선물시장에서는 약 650억원을 벌어들였다.
한화증권은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1일까지 8782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2016억원의 손실을 냈고 나머지는 증권사 등 국내 기관이 떠안았다.
일별 순매수 수량에 다음날 선물지수 등락분을 곱하는 방식으로 집계한 수치다. 장중 매매 손익은 제외했다.
외국인이 주가 폭락 국면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선제 매매 덕분이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선물 매도포지션을 확대했다가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서자 단계적으로 환매수(매도포지션 청산)에 나서 차익을 실현했다.
외국인은 7월 중순부터 매도 포지션을 늘렸다. 7월 12일부터 월말까지 누적 매도포지션은 1만9236계약이었다. 주가 폭락이 시작된 8월2일과 3일에도 각각 7099계약, 5409계약을 순매도(매도포지션 확대)했다.
그 이후에는 물량을 조금씩 털어내며 이익 굳히기에 들어갔다. 외국인은 지난달 1일 이후 지난 21일까지 매수포지션을 2만9088계약 늘렸다.
이호상 연구원은 "외국인은 누적 매도포지션을 7월 중순 3만5000계약에서 8월 초에는 4만2000계약 수준까지 늘리며 선제 대응을 했다. 주가가 실제로 급락하자 환매수를 통해 약 9000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국채선물 시장에서도 탁월한 성적을 거뒀다.
8월 들어 국채금리가 하락(국채가격 강세)하면서 국채선물이 급등세를 타자 외국인은 발 빠르게 매수포지션을 확대했다. 8월 중순 이후 국채선물 강세가 주춤해졌지만, 인내심을 갖고 계속해서 매수 규모를 늘렸다. 8월 한 달간 순매수 계약수는 7만1천593계약에 달했다.
이달 들어 국채선물이 다시 뛰자 외국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매도(매수포지션 청산)를 통해 차익실현에 나섰다. 국채선물이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15일 이후 8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3만258계약을 청산했다.
삼성선물은 지난달부터 지난 23일까지 외국인이 국채선물 시장에서 챙긴 이익 규모를 650억원으로 추정했다. 7월 말까지 외국인이 보유한 국채선물 누적 매수포지션을 3만2천600계약으로 추산하고 이후의 매매 데이터를 추가해 집계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채선물 시장의 양대 큰손인 증권사는 710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삼성선물은 투자 주체별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바탕으로 국채선물 일별 손익 규모를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이승훈 삼성선물 연구원은 "8월 이후의 매매 손익을 추산해봤더니 외국인이 국내 기관보다 훨씬 운용을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도 손실을 보기는 했지만, 매매 규모가 작아 손실액은 10억원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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