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수도권 집값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이번엔 정말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부동산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이 이 같은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의 실질 주택가격이 1986년 이후 다섯 차례의 순환 변동을 마치고, 여섯번째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25일 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줄곧 -0.1~-0.4% 하락세를 보였지만, 같은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7월(-0.1%)을 제외하고 0.0~0.3%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최근 5달(4~8월)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은 -0.01~-0.07%로 전년 동기 -0.32~-0.51%에 비해 낙폭이 크게 줄었다.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수요자들의 매매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아파트 거래량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거래량은 3월 5만9142건으로 최대치를 보인 이후 5월 4만8077건, 8월 3만4049건 등 줄곧 4만건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 중 최대 거래량은 3월 4만6474가구를 비롯해 대부분 3만건대에 머물렀다.
현지에서는 서울 및 수도권의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매매전환 수요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 산본, 평촌, 평택 등에서는 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이 일주일만에 500만~1000만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분양 아파트도 꾸준히 해소되며 분양시장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8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8593가구로 5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규분양이 전월보다 93%나 증가했는데도 미분양이 감소한 것은 고무적인 것으로 업계는 평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바닥으로 인식되더라도 곧 반등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형주택 일부에 대해서만 바닥론이 적용가능하다는 평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부분적으로는 바닥이지만 완전한 바닥인지는 모르겠다”면서 “소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도권 및 도심 소형주택들은 바닥을 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다른 중대형 평형대는 아직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부동산1번지 채훈식 실장도 “최근에는 소형평형만 오르는 양상인데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기 위해선 강남 재건축시장과 중대형도 같이 올라야 한다”며 집값 바닥설를 일축했다.
부동산 시장이 올 연말이나 본격 선거를 치르는 내년이 돼야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함 실장은 ”내년 상반기 입주량이 많지 않은 데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개발 공약 등이 작용해 운신의 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득세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반등을 위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채 실장은 ”DTI가 묶여 있기 때문에 금융규제를 풀지 않는 한 박스권 안에서만 움직인다“며 ”대출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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