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 부도위험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지수는 2배로 상승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도 217베이시스포인트(bp)로 치솟으며 위험 신호를 내고 있다. 2011년 1월5일 이후 최고치다.
한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 신인도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로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상황은 지난 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를 연상케 한다.
지난 주말에는 우리나라의 국가 부도위험이 유럽 재정위기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고 있는 프랑스를 앞질렀다.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주말 뉴욕시장에서 2.0%(200bp)를 웃돌았다. 프랑스의 CDS 프리미엄 1.97%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한 CDS 상품이 개발돼 있고, 각국의 경제나 정치 상황 등을 감안한 국가 부도위험 가격이 프리미엄(금리) 형태로 책정되고 있다.
한 국가의 CDS의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 신용도가 악화됐다는 뜻이고, 나아가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거나 돈을 빌려올 때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돈을 조달할 때 이자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의 부도를 예상해 일종의 보험 성격의 사놓거나 투자하는 상품인 CDS의 프리미엄, 즉 금리가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즉,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프랑스를 웃돈다는 것은 한국의 부도 위험이 프랑스보다 커졌다는 의미가 된다.
프랑스는 그동안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국가인 그리스가 파산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위기 국가’로 분류돼 왔다.
최근에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프랑스의 2~3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프랑스의 부도위험은 더 높아졌다.
반면에 한국의 은행들은 오히려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이 높아졌다는 더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 경제 역시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국가는 물론이고 프랑스보다도 더 건실하고 양호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우리 정부의 재정 수지 흐름이나 건전성은 파산 지경에 빠진 유럽 각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하다.
외환 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웃도는 등 곳간도 든든하다. 장담컨대 한국 역사상 지금처럼 나라의 곳간이 가득차고 풍요를 누리고 있던 적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왜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이 프랑스보다 더 나빠졌을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부도 위험이 급격히 커진 것은 최근 금융시장, 특히 외환시장의 대혼란에 기인하다.
9월 들어 원ㆍ달러 환율은 100원 가까이 급등했다. 8월 한 달 상승폭의 8배 수준이다. 그만큼 원화 가격이 가파르게 추락한 것이다.
지난 23일 외환당국이 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았다면 환율은 1200원을 가볍게 넘어섰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환율 급등은 주식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두 달 동안 22% 급락했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입품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요한 것은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한꺼번에, 그것도 순식간에 가난해졌다는 점이다.
원화값이 비정상적으로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은 외환시장의 취약성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은 외환 당국자들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제기돼 왔다
문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이 서로 책임을 전가한 채 시장 육성책을 내놓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이상 외환시장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당장 외환당국은 머리를 맞대고 시장 육성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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