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골프의 ‘간판’ 최경주(41·SK텔레콤)가 미국PGA 시즌 결산대회인 투어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선두권에 1타 뒤져 연장전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끝까지 우승경쟁을 벌여 세계 골프팬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26일 아침(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GC(파70) 17번홀(파4). 최경주가 홀까지 20m를 남기고 시도한 칩샷(세번째 샷)이 컵으로 빨려들어갔다. 정규라운드 한 홀을 남긴 상태에서 선두권에 1타차로 따라붙는 순간이었다. 18번홀은 보기드문 파3홀. 티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뜨린 최경주는 또한번 ‘칩 인 버디’를 노렸으나 볼은 홀을 외면하면서 파에 만족해야 했다.
최경주는 4라운드합계 7언더파 273타(68·65·70·70)로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3라운드 공동선두 애런 배들리(호주)와 함께 3위를 기록했다. 최경주는 이 대회 상금 41만8666달러와 페덱스컵 랭킹 11위 상금 30만달러를 합해 71만8666달러(약 8억5000만원)를 받고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경주는 29일 송도 잭 니클라우스GC에서 시작되는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한다.
대회 우승은 연장전끝에 빌 하스(29·미국)가 차지했다. 하스는 페덱스컵 랭킹에서도 1위에 올라 보너스 1000만달러를 받았다. 우승 한 번으로 1144만달러(약 135억원)의 거액을 손에 쥔 것. 외신은 그의 이름과 보너스를 오버랩시켜 ‘1000만달러 빌(bill)’로 표현했다.
하스는 4라운드합계 8언더파 272타로 헌터 메이헌(29·미국)과 공동선두를 이룬 후 연장전에 돌입했다. 17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하스는 ‘믿을수 없는’ 샷을 보였다. 두번째 샷이 그린옆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물이 얕아, 볼은 반쯤 수면 위로 보였다. 하스는 한 발을 물에 담근채 샷을 강행했다. 볼은 벙커샷처럼 그린에 오른 후 홀옆 60cm지점에 붙었다.
하스의 볼이 물에 들어간 순간 ‘승부는 끝이구나’라고 생각한 메이헌을 깜짝 놀라게 한 기막힌 샷이었다. 메이헌은 그 샷을 보고 ‘오늘 승운은 하스에게 있구나’라며 급히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파로 비긴 두 선수는 다시 18번홀로 향했다. 메이헌이 1.5m 파퍼트를 실패한 것을 확인한 하스는 1.2m거리의 파퍼트를 차분히 성공하며 곁에서 지켜보던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의 아버지 제이 하스는 미PGA 시니어프로다.
대회 전까지 랭킹 25위여서 페덱스컵 우승확률이 실낱갔았던 하스는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 25위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희망뿐이었다”며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페덱스컵 도입 5년래 랭킹 25위가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주까지 페덱스컵 랭킹 1위였던 웹 심슨(미국)은 최종일 3오버파를 친 끝에 22위에 그치며 15점차로 페덱스컵 우승을 놓쳤다. 그는 2타만 덜 쳤으면 1000만달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에게 이날 1타는 500여만달러(약 60억원)의 가치가 있었던 셈이다.
양용은(39·KB금융그룹)은 합계 9오버파 289타로 30명 중 29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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