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용훈·서진욱·김지나 기자)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우려가 미국과 유럽 등 금융기관의 신용등급마저 끌어내리면서 글로벌 신용경색 국면이 점화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가 폭락한데 이어 코스피가 1년 2개월 만에 1700선 아래로 주저앉으면서 각국 정부의 ‘의미 있는’ 글로벌 정책공조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기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차원이 다른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주(19~23일) 코스피는 1820.94에서 1697.44로 123.50포인트(6.7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11401.01에서 10771.48로 629.53포인트(5.52%) 떨어졌고, 프랑스와 독일 증시도 각각 4.42%, 4.05% 하락했다.
지난 2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장기국채를 사 장기금리를 낮추는 대신 단기국채를 파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발표했지만 그 이상을 기대했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럽 은행들의 뱅크런 조짐과 중국 경제지표 부진까지 악재로 작용, 코스피는 하락 흐름 지속하며 1700선 아래로 추락했다.
◆ 코스피 '시계제로'…내달 3일 EU재무장관회의 관건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각국 금융기관에 전이되는 양상이라며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대다수 증권사가 국내 증시 저점으로 지목했던 1700선이 의미 없이 무너지자 의미있는 글로벌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빠른 속도로 글로벌 경기침체를 불러 일으키고 있지만 지금까진 정작 의미있는 공조는 찾을 수 없었다"며 "지난 2008년과 달리 국가 재정으로 불거진 만큼 뚜렷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코스피 반등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도 국제 공조를 위한 의지는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24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그리스 구제금융이 추가적으로 이뤄질지가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달 3일 열릴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 지원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이 나온다면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최고위층 인사들은 내달 초 금융정책회의에서 구체적인 부양책 도입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시장 안정을 꾀하는 분위기다. 에발트 노보트니 ECB 정책위원은 23일 "ECB가 다음달 회의에서 12개월 장기대출을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로 은행들에 대한 12개월짜리 장기대출을 재도입하는 쪽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등 다른 조치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을 독일과 핀란드 의회가 승인할지도 주목해야 한다.
◆ '가격 메리트' 저가 매수 기대
지난 주말 뉴욕증시와 유럽증시의 상승 반전은 국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뉴욕 다우지수는 지난 23일 전날보다 37.65포인트(0.35%) 상승한 10771.48에 거래를 마쳤다.
폭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으로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반등한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23일 원-달러 환율은 장 막판 당국 개입으로 전날보다 13.8원 내린 1166원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은 지난주 국내 주식시장에서 8671억원어치 주식을 순수하게 팔았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의 최근 이틀간 낙폭은 지나치게 커 현재 국내 증시의 벨류에이션은 상당히 저평가 돼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 메리트를 기반으로 한 기술적 반등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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