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쓰러진 노인, 방관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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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2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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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조용성 특파원)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에 거주하는 73세의 원훙위안(文洪元) 노인은 26일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가슴이 꽉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난훙(南洪)가 정류장에서 급하게 차를 내려 휴식을 취할 곳을 찾았다. 버스에 내렸음에도 어지럼증은 심해졌고 앉을 곳을 향해 몇걸음 가지 못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쓰러진 노인 주위에 길을 걷던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현장 인근의 한 식당 종업원은 “노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5분여 동안 주위사람들 중 아무도 도우려 나서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5분여가 지나 노인은 의식을 찾았지만 머리는 여전히 깨질듯 어지러웠고 온몸에 힘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쳐다보며 웅성거릴 뿐이었다. 노인은 다급한 나머지 주머니에서 200위안을 꺼내들고 자신을 부축해 달라고 호소했다. 원 노인은 "나를 부축해 주면 200위안을 드리겠소"라고 말했다. 죽어들어가는 목소리였지만 주위 사람들이 듣기에는 충분했다. 노인이 손에 돈을 쥐어들고 애걸하자 어떤 이들은 키득거렸고 어떤 이들은 남의 등을 떠밀었을 뿐 아무도 나서서 부축하는 사람이 없었다.

노인은 10분여를 돈을 쥔채 호소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마침 지나가던 한 소년이 노인을 부축했다. 소년은 돈을 받지도 않고 사라졌다. 산둥성의 석간신문인 제노만보(濟魯晩報)가 27일 전한 한 사건이다.

이 소식은 중국의 웨이보(微波, 마이크로블로그)상에서 강렬한 반향을 일으켰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수수방관한 행인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나라도 부축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만약 노인을 도왔다가 시비라도 붙으면 법정에서는 노인의 돈을 빼앗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네티즌은 "요즘 세상은 선행을 하기조차 어려운 시대"라며 "괜히 나서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나은 시대"라고 냉소했다.

한 네티즌은 "과거 중국은 이런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종종 일어나고 있다"며 "법원과 공안의 독단적 행태들이 중국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중국의 도덕과 양심, 미덕을 붕괴시켰다"고 개탄했다. 반면 일부 중국인들은 "왜 많은 행인들이 노인을 돕지 않았는가"라며 "나같으면 응당 도왔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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