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ECB가 다음달 6일 열리는 금융정책회의에서 내년 초까지 은행권에 무제한 공급하기로 한 3개월짜리 유동성을 내년 중반까지 더 수혈하기로 방침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6개월이나 1년 만기 유동성 공급도 재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은행권의 신용이 경색된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로렌조 비니 스마기 ECB 위원은 "ECB는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무엇보다 시장에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ECB가 이번 회의에서 커버드본드(Covered-Bond) 매입 재개 여부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ECB는 2009년 5월 600억 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ECB가 유로존 경제의 기술적 침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데다 제로(0)금리인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기준금리를 낮출 여지도 있어 이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ECB는 지난 4월과 7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고, 지난달에는 1.5%에서 동결했다.
이브 메르시 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총재는 이말 한 독일 매체와의 회견에서 "유로존의 경제동력이 심각하게 훼손되면 ECB가 움직일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ECB 내부에서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이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까 걱정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에릭 닐센 유니크레디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는 데 대해서도 거센 논란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ECB 내 매파들이 기준금리 인하 대신 하루 짜리 대규모 예금에 대해 ECB가 지급하는 예금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0.75%인 예금금리를 낮추면 기준금리 인하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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