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긴축으로 유연성 넓히고 성장투자처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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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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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영·김형욱·강규혁·신승영·이혜림 기자)세계 경제가 위기에 직면하면서 기업들도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IMF와 리먼사태에서 그랬듯이 위기를 직시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기업만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는 현재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선진국 경제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 위기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유효적절한 투자처도 계속 찾아야 한다. 선진국 경쟁사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은 국내 기업에게 기회를 안겨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비상경영체제 속에서도 적재적소에 대한 투자를 늦추지 말고 지속성장의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시간 위기 대응력 높여야=선진국의 재정악화가 심화되면서 실물경제도 위기에 빠졌다. 신흥국들도 선진국 수요가 위축되면서 긴축에 나서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저성장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가운데 선진국 재정상황에 따라 원자재가격과 환율이 요동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외 환경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경영 시나리오를 짜놓고 수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다. 철강업계의 경우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라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임원회의를 비상경영대책회의로 전환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포스코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각 상황별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이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원가절감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직후 다수의 업체들이 문을 닫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외식업계는, 최근 급등하고 있는 곡물 등 해외 원자재와 국내 식자재의 가격 인상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밀가루와 옥수수 등 원재료 공급선 다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금확보와 투자계획 조절=기업들은 특히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신경쓰는 한편, 투자계획도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글로벌 시황에 크게 민감한 해운업계는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입장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23일 472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또한 한진에너지 유상감자에 참여해 1598억원 규모 6000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뿐만 아니라 내부 자산 매각과 수익성이 악화된 일부 노선 정리도 진행 중에 있다.

STX팬오션은 8월 1500억원 시설자금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또한 지난 9일에는 국내외 글로벌 9개 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으로부터 5억1000만달러(약 5500억원) 규모의 선박금융도 조달한 상황이다. STX그룹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포기하며 안정을 택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CJ푸드빌은 자사의 외식 브랜드인 빕스와 뚜레쥬르의 출점을 적정선에서 제한하고 있다. 올해 업계 매출 순위 1위로 올라선 빕스는 공격적인 출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도, 경쟁력 없는 점포의 퇴출·거점별 요충지 매장에 대한 선택적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투자=위기는 동시에 기회를 낳는다. 위기관리를 위해 긴축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 시장 진출이 막힌다면, 신흥국과 저개발국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개척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온 대표적 기업이다.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팽창, 지난해 점유율을 세계 5위권인 8.1%까지 끌어올렸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위기와 기회 때마다 적절한 투자 완급조절이 있었다. 특히 위기 때 쌓아 둔 현금을 바탕으로 직후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공세에 나선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래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신사업으로 꼽히는 의료기기나 스마트폰을 위시한 소프트웨어 산업에, LG전자는 수처리 사업, 태양광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불황 속에서도 반도체 등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 지난 22일 세계 최초로 20나노미터(nm)D램 양산과 세계 최대 규모 16라인 가동에 성공했다. LG전자도 지난 25일 오는 2015년까지 그린 사업에 8조원 투자해서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업계도 기존의 공격적인 투자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2분기 가격 인하 등으로 위축됐던 정유업계는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사업 확장 모드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9일 그룹 계열사와 함께 박막태양전지 제조기술을 보유한 미국 회사에 투자키로 하는 등 신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화학 계열사인 SK종합화학도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 24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삼성경제연구원 김은환 수석연구원은 "지난 2008년 때처럼 강도가 크진 않겠지만 이번 위기는 약하고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며 "원가절감 등 잠깐의 긴축이나 내실 강화에 그치지 않고 신시장·신사업을 개척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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