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측근들의 잇따른 비리 의혹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토로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남김없이 의혹을 해소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들에게는 마치 비수와 같았다고 한다. 화를 내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차분하게 할 말을 다했지만, 단어 하나하나에 ‘노기’가 서려 있었다.
특히 “친인척이나 측근일수록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며 신속하고 완벽한 조사를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함으로써 ‘성역없는 비리 척결’ 의지를 확고히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깨끗한 정권’이란 단어를 거듭 사용함으로써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형 권력형 비리가 없는 정권으로 역사에 남겠다는 ‘초심’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친인척과 측근 비리에 대해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과거 정권들이 임기 말만 되면 측근 비리로 무너졌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특히 임기 초부터 “최초로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없는 정권으로 남겠다”는 국민적 약속을 여러차례 해온 만큼 최근 대선 캠프나 청와대 참모 출신들이 비리 의혹과 관련해 줄줄이 거명되는 상황에 이 대통령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울러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공정한 사회’를 내세우고 선진일류국가 실현의 첫번째 과제로 부패 척결을 지목한 이 대통령으로서는 주변 사람들이 비리 의혹에 휘말리는 현 상황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강력한 경고를 통해 기왕 드러난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단호하게 처리하고 앞으로의 측근 비리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철저 조사’ 지시에 따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금품 수수 의혹을 제기한 이국철 SLS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같이 이 대통령이 비리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의 입장도 급변했다. 당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차별화’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계산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전에 패배할 경우, 이를 계기로 ‘이 대통령의 비리 책임론’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면서 청와대와 거리두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대통령 측근 비리에 단호한 대처를 약속한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며 “다만 비리 대응이 지지부진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청와대를 압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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