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프로젝트 수주 여건이 악화되면서 자금력과 노하우를 갖춘 글로벌 대형 사업자와 해외사업 공동 참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해외 플랜트 시장의 주요 사업자 지위를 구축한 일본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유럽과 미국 지역의 사업자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겠다는 복안이다.
◆韓日, 해외 프로젝트 수주 위해 손잡다
발전과 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등 해외 플랜트 시장 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 신흥국까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발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장기간 불황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도 어려워지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해졌다.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일본을 파트너로 삼아 해외 프로젝트 참여 기회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 노하우와 국내 기업의 EPC(설계, 기자재 구매, 시공 및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공사 방식) 경쟁력을 접목시키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한·일 양국 금융기관은 공동 금융지원을 통해 기업들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해외 플랜트 시장의 기조가 '선(先) 금융, 후(後) 발주'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자금조달 능력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자금조달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사업자에게는 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JBIC와 양국 기업이 공동 수주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합의했다.
일본 기업과 국내 금융기관 간의 협업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가 발주한 화력발전사업에 참여키로 한 일본 마루베니와 미쓰비시는 수출입은행과 금융 부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 기업과 국내 기업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계획이다.
◆유럽·미국과도 네트워크 구축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4분기 중 세계 1위의 민간 발전업체인 프랑스 GDF수에즈와 투자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GDF수에즈가 수주하는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발전 등 해외 플랜트 분야는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영역"이라며 "일본을 비롯해 선진국 사업자들과 협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플랜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현지 사업자와의 유대 강화가 필수적이다.
국내 기업의 플랜트 수주 실적 중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에서 올해 22%로 크게 늘었다. 미국은 6%에서 16%로 증가했다.
반면 중동지역은 59%에서 48%로 줄었다.
여전히 중동지역의 플랜트 발주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선진국 플랜트 시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전 단계 참여 역량 길러야
해외 프로젝트는 지분투자와 EPC, 사업운영(O&M)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지분투자는 특정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자해 지분을 사들여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작업이며, EPC는 발전소나 플랜트를 실제로 시공하는 과정이다.
O&M은 완공된 플랜트를 작동 및 운영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사업자들은 지분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EPC 등을 담당하기 위한 가격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은 시공 노하우를 활용해 EPC 사업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외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세 단계를 모두 수행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자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수은 관계자는 "지분투자와 EPC, O&M 등 모든 단계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 사업자들과 협력을 강화해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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