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상 판정을 받은 저축은행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후순위채권 등을 인수하는 식의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저축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29일 금융당국 및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정책금융공사는 저축은행들로부터 금융안정기금 지원 신청을 받고 있지만 별 호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안정기금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10%인 정상 저축은행에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공적자금으로, 신청 마감은 다음달 20일까지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주변에서 금융안정기금 지원을 신청했다는 얘기를 단 한 곳도 듣지 못했다"며 "대신 정상 저축은행에 공적자금이 굳이 투입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금융안정기금을 통해 저축은행의 BIS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당국의 취지와 달리 시장에서는 정반대로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통해 '구제' 받았다는 느낌보다는 오죽 사정이 좋지 않으면 공사 돈까지 받을까하는 불안감을 고객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섣불리 금융안정기금을 신청할 경우 기존 경영진단 결과를 두고 고객들의 불안감만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는 모습이다.
자본확충을 위한 자구 계획이 공사의 심사에서 탈락이라도 할 경우 예금주들의 불안감만 조성해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저축은행 대주주가 공사로부터 지원받은 만큼 매칭증자를 해야 하는 방식도 부담이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장 증자 방안이 없어 공적자금 신청을 고려한 것인데 공사와 동일한 금액을 대주주가 투입해야 한다니 난감하다"며 "공적자금이 들어와 경영간섭이 심해질 것을 감안하면 차라리 저축은행 스스로 증자방안을 마련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안정기금을 활용해 상환우선주나 후순위채권 등을 인수하는 방식은 결코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 자리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채권 매입으로 BIS비율 하락을 막았던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상환우선주와 후순위채권 등을 인수해 BIS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저축은행의 부실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해 가공의 BIS비율로 피해자만 양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지원 신청을 받은 지 얼마되지 않아 저축은행들의 참여도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금융안정기금을 신청한 곳과 이후 심사 결과에 대해선 시장에 일체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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