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라크 유전개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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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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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익은 상태로 발표했다"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정부가 해외자원 외교의 성과라고 내세웠던 2009년 한국·이라크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20억 배럴의 유전 개발권 취득 등 경제개발 양해각서(MOU)가 실제로는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대사관의 2009년 2월 26일자 전문에 따르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당시 정부의 언론 발표 후 미 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구체적인 합의 없이 '설익은 상태(prematurely)로' 발표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 MOU로 한국이 이라크의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남부 바스라 지역의 20억여 배럴에 이르는 유전 개발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됐으며, 총 사업규모는 35억5000만 달러(약 4조2351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문은 당시 이 같은 발표가 나온 데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정상들이 1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합의에 이르는 구체적인 사항을 도출해낼 수 없었고, 자세한 사항은 그해 5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리는 양국간 장관급 회담에서 구체적 내용을 확정한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정부는 쿠르드 지역의 유전 개발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 불거진 양국 간의 마찰이 정상회담을 통해 해소됐다며, 장관급 후속 협의에서 MOU 관련 세부사항에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이후 이라크 정부는 정상회담 한 달여 뒤에도 쿠르드 유전 개발에 참여한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 등 한국 기업들을 유전 개발 입찰에서 배제한다고 재차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청와대 보도자료와는 반대로 이 MOU는 구체적인 산물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외교부 측이) 이번 (이라크 정상의) 방한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틀어서 제시했지만, 이미 초안을 작성하고 청와대가 보도자료를 내놓은 경제협력 MOU를 마무리할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해 한국인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 MOU를 이미 석유가 생산되는 생산광구에 대한 첫 계약이자 자원외교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한편 다른 전문에서 2010년 12월 30일 유명환 당시 외교부 장관이 스티븐스 대사와 가진 오찬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400억 달러 규모 원자력발전소 사업 수주가 실은 발표 한 달 전에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UAE 측이 공식 발표 전 이 대통령의 방문을 요청해와 발표를 미뤘다고 말했다.

당시 유 장관은 양국이 원전사업의 일환으로 군사협력에도 합의했다는 기밀사항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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