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지역 그린란드에도 세계 기후변화의 징후가 어김없이 나타난다. 빙하가 해안에서 수십㎞ 내륙지역으로 후퇴했고, 엄청난 압력으로 빙하는 밀려내려오면서 바다로 떨어져나가는 굉음과 함께, 얼음덩어리가 바다에서 녹을 때 공기 거품이 터지면서 내는 속삼임은 기후변화 노래의 변주곡이기도 하다.
북회귀선 북쪽 지역에는 빙하가 바다에 펼쳐져 있는 장관이 일품이다. 특히 그린란드 북부 일루리사트(Ilulissat) 지역 낮은 해심의 바다에는 빙하 덩어리가 갇혀 갖가지 모습을 연출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북극지역에 찾아온 지구 온난화의 실례를 보여주는 현장학습의 장이기도 하다.
그린란드에서 한반도의 2배 크기인 약 41만㎢만 얼음이 없어 인간의 활동이 그 지역과 해안에서만 허용된다. 여름에는 백야현상이 있고, 겨울에는 밤이 매우 긴 그린란드의 북쪽 끝은 북극에서 불과 800㎞ 떨어져 있다. 약 4만㎞에 달하는 해안선은 빙하가 깎아놓은 피오르드로 장관이고, 북극해의 넙치와 새우, 고래와 물개 등 해산자원이 그린란드 원주민을 먹여 살린다.
기후온난화는 그린란드 지역에 북극 항로를 열어주게 되었다. 아직 시험단계이고 항로가 열리는 기간도 여름 짧은 동안에 불과하지만, 그린란드를 지나는 북극서부항로는 기존 항로, 즉 수에즈 운하를 거치고 해적이 출몰하는 유럽~극동 바닷길보다 40%나 짧게 된다.
그런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의 일부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의 최대 피해자로 덴마크 왕국은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등을 잃었지만 그린란드, 페로제도와 같은 외딴섬은 관심 밖이라 덴마크가 유지할 수 있었다.
1979년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식민지 지위에서 벗어나 자치지역이 되었다. 법적(Home Rule)으로 보장된 자치는 국방과 외교 등을 제외한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자원개발권도 최근 그린란드 자치정부에 넘겨졌다.
단, 그린란드 예산의 절반이 덴마크 재정지원에 의존하는데, 그린란드가 자원개발로 얻게 되는 수입만큼 덴마크의 재정지원에서 깎게 된다. 북극지역의 자원개발이 본격화하려는 상황에서 최근 덴마크, 그린란드, 페로제도는 함께 극지역의 개발과 환경의 균형을 강조하는 문서(Arctic Concept)를 내놓았고, 자원개발에 따르는 환경책임을 부각시켰다.
9월 21일부터 이틀간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Nuuk)에서 그린란드 자원개발에 관심이 있는 세계 각국의 기업이 모였고, 우리 석유·가스공사와 전문가들도 참가했다. 극지역의 석유와 가스, 희토류(REE) 등 광물자원의 매장 가능성과 개발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표명되었다.
그린란드 땅 대부분은 빙하지역이고 그 해안의 혹독한 날씨와 힘든 조건 하에서, 게다가 엄격한 환경기준에 따라 개발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자원개발에 할당된 재원도 적고, 우리의 일부 해외 자원개발·협력 사안에 대한 비판도 거센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먼 미래를 극지방에서 펼쳐보고 또한 구체적인 성과를 얻으려면 세심히 준비하고 수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하지만 우선 그 긴 여정의 첫발을 떼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린란드를 지나는 북극서부항로가 열리면서 그린란드산 새우와 넙치가 우리의 밥상을 풍요롭게 할 날이 머지않았고, 그린란드의 자원도 우리에게 언젠가 성큼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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