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서는 이날 오후 시위대 1천여명이 근거지인 주코티 공원을 출발, 인근 금융기관이 밀집한 지역을 행진하며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의 대형 은행들을 규탄했다.
시위대는 북을 두드리고 나팔을 불었으며 기업의 탐욕을 비난하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JP모건체이스 은행을 지날 때에는 “은행은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우리는 거리로 내몰렸다”고 소리를 질렀다.
일부 시위대는 계좌를 폐쇄한다며 은행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으나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시위대에 인도로만 행진할 것을 요구했고 시위 참가자들도 대부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워싱턴스퀘어파크 인근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도로를 무단횡단하고 무질서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19명을 체포했다.
미국 자동차노동조합(UAW) 소속으로 이 시위에 참가한 라일리 파울리나(29)씨는 시위 도중 은행에 들어가 계좌를 폐쇄했다.
그는 AP통신에 “고객들은 은행 수수료와 주택 압류 등으로 고통을 겪는 와중에 JP모건 은행은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면서 “이웃의 서민들이 최저생계비를 버느라 애쓰고 있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 바이올라 제제씨도 “우리는 이런 금융 시스템에 더이상 일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도 2천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집회와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특히 ‘마틴 루터 킹 기념식’ 개관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시위에서는 흑인들을 중심으로 최근 실업난에 항의하며 정치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부터 시내 맥피어슨 광장과 프리덤 광장 등에 모여 ‘반 정부’ ‘반 기업’ ‘반전(反戰)’ 등을 외쳤다.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집회를 벌이던 이들은 이어 정오께 프리덤 광장에 집결해 마틴 루터 킹 기념관으로 행진했으며, 경찰도 시위대의 진행을 선도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뉴욕에서는 아프간 전쟁 10년을 맞아 반전 시위도 계획 중이다.
시위를 준비중인 세르지오 지메네즈(25)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기본적으로 거짓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우리가 현명한 나라였다면 테러에 이렇게 대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주도인 헤리스버그에서도 이번 월가 시위 발생 이후 처음으로 시위가 열렸다.
약 500명이 참가한 이 시위에는 젊은이들과 노조, 의사, 학부모 등 다양한 계층이 모여 거리를 평화적으로 행진했다.
보스턴의 듀이 광장에는 데발 패트릭 매사추세츠주 주지사가 방문해 시위자들의 캠프를 둘러봤다.
그는 시위대의 주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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