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미국 맨하탄에서 시작된 반(反) 월가 시위는 6주째를 맞아 전 세계 80여 개국의 시위로 번졌다.
이날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전세계 82개국의 약 1500개 도시에서 월가의 탐욕과 부의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개최됐다.
반월가 시위는 시간대가 가장 빠른 아시아권에서 먼저 시작됐다.
15일 일본 도쿄 도심의 부유층 거주 지역인 롯폰기와 히비야 공원에서는 정오부터 100여명씩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빈부격차의 시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호주 시드니에선 호주중앙은행(RBA) 앞 광장에 1000여 명의 시민이 집결했다.
시드니 뿐 아니라 멜버른과 브리즈번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의 서울과 대만 타이베이, 홍콩, 뉴질랜드 등에서도 자본주의의 불평등에 항의하는‘월가 점령’시위가 진행됐다.
서울 집회는 빗속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소비자협회와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의도를 점령하라’ 시위가 개최됐다.
아시아권에 이어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도 동시다발 시위가 열렸다. 유럽 지역은 재정위기가 심한 탓인지 시위 규모도 컸으며 시위양상도 격렬했다.
수만명이 거리로 나선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국방부 청사 별관과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에 불을 지르거나 은행 점포의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과격한 양상을 띠었다.
독일에서는 약 8000여명의 시위대가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청사 앞에서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부당함과 은행 권력의 과도한 집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영국 런던에서는 5000여명의 시위대가 ‘런던 증권거래소(LSX)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여했고,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을 통한 온라인 시위에도 1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는 당초 이 시위가 처음 시작된 뉴욕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시카고, 마이애미 등 주요 도시에서 수천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다.
월가 시위의 진원지인 뉴욕에서는 맨해튼 남부 월가에서 1000여명이 거리행진을 한 뒤 오후 5시부터는 타임스스퀘어에 60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서도 5000여명이 모여 평화행진을 벌였으며 워싱턴 DC에서는 2000여명의 시민이 맥피어슨 광장과 프리덤 광장 등에 모여 ‘반 정부’ ‘반 기업’ ‘반전(反戰)’ 등을 외쳤다.
이에 앞서 14일 미국 전역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의 캠프촌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서로 충돌, 수십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도 토론토에서 5000여명, 밴쿠버에서 3000명이 집회를 갖는 등 전국적으로 수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이 처럼 전세계에서 시위가 진행되면서 월가 시위는 글로벌 이슈로 분명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미국과 브라질 정상이 이미 시위대의 요구를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금융자본의 탐욕을 질타하는 시위대의 주장이 폭넓게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반월가 시위는 여전히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 자본주의의 탐욕을 규탄하고 부의 불평등을 고발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공동된 목표가 없어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낳고 있는 것이다.
각 국마다 주최 세력이 불분명하고 시위대를 이끌 지도자가 부각되지 않은 점도 반월가 시위가 구심점이 없는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주고 있다.
1960년대의 반전반핵운동이나 시민인권운동, 가까이는 올해 봄에 아랍지역에서 불었던 민주화 운동처럼 발전적인 변혁을 이끌어 내려면 뭔가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토드 키틀린 교수는 “인류가 발전하면서 역사적 단계를 거치며 형성돼 온 자본주의가 이런 시위로 무너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반전운동이나 민권운동에 비해 훨씬 짧은 시간에 많은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는 점은 훌륭한 성과이며 앞으로의 새로운 대중운동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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