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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의 시작에 앞서 김중수 한은총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지난 15일(현지시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프랑스 재무부에서 이틀간 회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달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내놓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완성도 높아졌다
그간 우리 정부는 지난해 G20 의장국을 맡으면서 금융위기 발생과 확산을 예방하고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안전망 의제를 적극 추진해왔다.
하지만 독일 등 일부 선진국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며 난색을 보여 탄력대출제도(FCL), 예방대출제도(PCL) 등 2개를 신설하는데 그쳤다.
따라서 이번 '단기 유동성 대출 프로그램'으로 우리 정부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3단계 시리즈를 모두 완성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존의 장기 대출과는 달리, 이번 제도는 일시적 위기를 전제로 한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채무국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안정매카니즘(GSM)에도 한 층 더 가까이 접근했다는 평가다.
GSM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동시다발적인 시스템 리스크에 대비하는 장치다.
해당 국가의 요청이 없어도 IMF가 일시적으로 위기를 겪는 국가에 선제적으로 신용공여(크레디트 라인)를 설정해 지원한다.
또 수혜국이 심각한 금융위기로 IMF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오명을 쓰는 이른바 '낙수효과(Stigma Effect)'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GSM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박재완 장관이 선진국들을 상대로 유럽 재정위기와 IMF 재원확대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에 대한 회원국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측 주도로 '유동성 위기때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표현도 코뮈니케(공동성명)에 추가했다. 각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놨다는 평가다.
G20는 향후 거시건전성 규제와 자본통제의 기준 역할을 할 '자본이동 관리원칙'도 따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G20가 합의한 '자본이동 관리원칙'의 주요 내용은 거시건전성 정책 운용에 있어 국가별 정책재량권과 자율성을 대폭 인정하자는 것이다.
다만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차별하는 자본통제 방안은 '한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제약조건을 부과했다.
기존에 선진국과 IMF는 통화·재정·환율정책을 우선하고, 거시건전성 정책 등 자본이동 관리정책은 최후 수단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즉 자본유입에 대한 정책대응이 기존에는 '거시경제정책->건전선 규제->자본 통제' 등 순차성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동시 처방이 가능하도록 '동시성'을 허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자본통제 방안에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붙으면서 우리 정부가 이른바 '외화유출입 규제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거시건전성부담금)'가 다시 한번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 '자본이동 관리원칙'에 초대형 은행들 '반대'
이번 회담에서 합의한 '자본이동 관리원칙' 적용 대상에 골드만삭스, HSBC, JP 모건 체이스, 도이체 방크 등 50개 초대형 다국적 은행들이 거론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은 다음달 열릴 G20 정상회담에서 리스트를 최종 밝힌다는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될 금융기관들은 벌써부터 반대의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새 규제가 적용되면 융자가 더 위축되고 글로벌 경제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약 29~40개의 초대형 은행들이 최종 선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세계 금융망을 통해 자본 유출입이 가장 많은 금융기관으로 손꼽힌다.
아울러 G20가 장외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개혁 조치를 모색하고 은행 규제에 대한 바젤 협약을 기존 일정대로 추진키로 하면서, 이들 초대형 은행들의 외부 신용평가에 대한 의존도도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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