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탈북자 문제를 정치적 난민이 아닌 경제적 이유의 '불법월경·불법체류자'라는 중국의 입장 때문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우회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원칙을 세우고 정면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언제까지 중국의 선처만 바랄 수는 없다"며 "중국이 난민조약에 가입한 국가라는 점을 토대로 탈북자의 지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도 "탈북자 문제는 더이상 뒷거래로 풀 게 아니다"며 "인권문제로 보고 국제인권법과 난민조약에 따라 정당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은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국가가 조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효과적인 방법은 그 국가를 계속 거명ㆍ비판해 체면에 손상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 탈북자를 돕는 한 외교 소식통도 "우리 정부의 직접적인 접근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이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며 "유엔 난민기구 등 유엔기구를 활용해 탈북자의 난민 대우를 이끌어 내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북·중 관계와 양국이 체결한 조약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태도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또 북한을 자극하고 중국과의 외교적인 마찰이 빚어지면서 그나마 있던 탈북자들의 한국행 우회로마저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동시에 외교부 내에서는 중국에 난민 조약 등의 준수를 요구하기 전에 국내에서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책 이전에 탈북자를 얼마나 어떻게 수용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탈북자를 어느 정도나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대우할지 등에 대해 먼저 틀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래야 중국 내 탈북자 문제도 그 틀 안에서 시스템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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