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한 정권이 위기를 맞았을 때 6자회담 참가국들이 추구하는 우선순위 목표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익충돌’로 인해 한반도는 물론 아시아의 전략적 지형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국방대학(NDU) 산하 국가전략연구소(INSS)는 16일 ‘한국의 미래; 북한정권 붕괴에 따른 미 외교의 도전’ 보고서에서 김씨 일가의 축출과 기존 엘리트계층의 새 지도부 구성을 가상 시나리오로 제시하면서 “북한과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도 북한의 ‘국가 붕괴’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선 북한의 엘리트계층은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국가 붕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도 북한의 위기가 국제적 위기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의 경우 외교망과 상업정보통 등을 통해 북한 정권의 붕괴 위기를 가장 먼저 감지할 가능성이 높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으나 남북통일이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등에는 반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북한을 한·미 양국의 민주·자본주의 세력을 막는 완충지역으로 삼아온 전략적 선택을 변경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난민의 대량 유입 가능성도 중국이 북한의 국가 붕괴를 꺼리는 이유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아울러 미국 등 국제사회도 북한 주민 대다수의 지지가 없는 한 국가 붕괴를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결국 개입에는 북한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이를 얻어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상호견제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를 끌어들이려 하겠지만 각자가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한 해결도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미국이 WMD 제거와 비확산을 최우선 목표로 북한 위기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견제하고, 일본도 중국과 러시아의 과잉대응을 우려해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등 서로 물고 물리는 역학관계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이유에서 북한의 정권 붕괴시 미국의 어떤 개입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협조로,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인도적 개입은 물론 통일, WMD 제거도 어렵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위기 대처 과정에서 미국 내 정치적 갈등이 부각될 수 있고, 자칫 우방인 한국, 일본과의 관계 손상과 중국과의 적대관계 심화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 정권 붕괴에 대한 접근방식이 향후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통일과 안보위협 제거의 ‘역사적 기회’가 되겠지만 청와대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추진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보정부가 들어설 경우 통일을 추진하지 않는 반면 보수정부라면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軍)을 비롯한 정부 내부의 압력으로 청와대는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강요받게 되고, 결국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초기 목표는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으로, 북한에 대한 개입 없이 식량지원을 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면서 “상황이 안정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사라지면 청와대는 궁극적인 통일을 위해 단계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나 그렇지 못하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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