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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트진로챔피언십 3라운드가 열린 15일 블루헤런CC 18번홀(파5). 유소연이 네번째 샷을 하려고 할 때 경기위원이 뛰어왔다. 유소연은 어드레스를 풀었고, 경기위원장이 수정한 위치에 볼을 옮겨놓고 샷을 했다.
왜 그런 해프닝이 일어났을까. 그 홀에서 유소연의 두 번째 샷이 래터럴 워터해저드에 들어갔다. 유소연은 1벌타를 받고 볼이 최후로 들어간 지점에서 두 클럽길이 내에 드롭했다. 유소연은 페어웨이에 가까운 쪽으로 가고자 했음인지 두 클럽길이 끝부분에 드롭했다. 볼은 낙하지점에서 50cm정도 굴러 페어웨이에 멈췄다. 규칙상 드롭한 볼이 낙하지점에서 두 클럽 길이를 벗어나지 않고 홀에 가까이 가지 않으면 인플레이 상태가 된다. 그러나 경기위원 H씨는 “재드롭하라”고 했고, 유소연이 다시 드롭한 볼은 낙하한 자리(러프와 페어웨이 경계선)에 바로 멈췄다. 그때서야 H위원은 유소연에게 “오케이”라며 인플레이를 하라고 말했다.
유소연이 샷을 준비하는 사이 H위원은 미심쩍었던지 경기위원장과 상의했고, 자신의 판정이 잘못된 것을 알고 허겁지겁 뛰어온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저간의 사정을 듣고 최후로 판정한 사람은 경기위원장이었다. 경기위원장의 수정판정이 아니었더라면,유소연은 엉뚱한 곳에서 플레이를 할 뻔했다.
그날 12번홀에서는 유소연이 벙커밖 볼 뒤에 놓인 모래를 치우다가 ‘리이 개선’으로 2벌타를 받았다. 그런데 또다른 경기위원은 16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유소연에게 벌타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규칙재정집을 들춰가며 설명했다. 그린밖에 있는 모래는 ‘루스 임페디먼트’가 아니므로 치울 수 없다. 용어의 정의(규칙 2장32)에도 나오고 13조2항에도 잘 나와있다. 웬만한 골퍼들은 아는 기본적인 내용이다. 굳이 경기위원이 재정집까지 들출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는 엉뚱한 판정을 내리고,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때에는 자세하게 알려주고…. 미국LPGA투어에서 통산 100승을 올렸다는 KLPGA 경기위원들의 감춰진 면이다.
KLPGA에는 27명의 경기위원이 있다. 위원장을 포함해 ‘非선수 출신’이 3명이고 나머지는 KLPGA 회원(투어·티칭 프로 등)들이다. 올해부터는 회원들만 경기위원이 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규칙에 능통한 외부인사들이 KLPGA 경기위원이 될 수 있는 길이 원천봉쇄된 것. 미국·일본투어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한골프협회나 한국프로골프협회와는 딴판인 ‘제식구 챙기기’다. 그 결과가 이번 대회에서 보인 해프닝이었다면 규정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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