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을 관할하고 있는 부산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시는 현재 신항 내 수리조선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유류중계기지 설립이 늦어질 경우, 두 사업을 같은 시기에 추진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류중계기지가 절실한 이유
국내 선사들의 연료비 비중은 매출원가의 15~20%, 운항원가의 25~30%로 용선료에 이어 가장 많다. 해외보다 가격도 비싸다. 선박연료유를 독점하고 있는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정유 4사의 공급가격에 운송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대형선사들은 해외 유류중계기지를 이용한다. 해외는 국내보다 t당 40달러 가량 저렴하다. 이들 지역을 경유하는 선박을 활용, 연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선사는 국내 정유사가 공급하는 선박연료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일본 등 인근 지역에서 선박을 운항하고 있어 해외 유류중계기지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산신항에 유류중계기지가 건립되면 국내 선사의 연료비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지난해 국내 선사의 선박연료유 소비량은 약 1200만t 수준이다. 이중 국내 수급량은 전체의 30%인 400t이며 해외에서는 800만t을 공급받았다.
이번 사업에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한진해운 관계자는 "부지 재선정에 대해 현재 당사자들이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면서도 "유류중계기지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모두 필요한 시설이지만…"
부산시는 부산신항을 아시아의 물류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시설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유류중계기지는 부산신항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랜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대형 수리조선소도 부산시가 공들여 추진한 사업이다. 지리적 이점과 사업성을 고려할 때 부산신항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선사들은 선박을 수리하기 위해 중국·베트남 등 해외 수리조선소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류중계기지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부산시가 진퇴양난에 처했다"며 "현실적으로 두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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