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재건 사업 규모는 공항, 항만, 주택 등을 모두 포함해 약 1200억 달러(한화 약 1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해외건설 업체들의 연간 수주액 합계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최대 170조원으로 추정되는 카다피의 재산도 리비아 재건에 사용될 예정이다.
거대한 사업 규모 만큼 세계 각국의 재건 사업 수주 쟁탈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우선 가장 유리한 위치를 먼저 차지한 것은 NTC를 도와 카다피를 몰아내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의 유럽 열강이다.
중동지역 플랜트 전문잡지 미드(MEED)에 따르면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Total)은 지난달 말 이미 리비아에서 원유 생산을 재개했다. 토탈은 독일의 윈터셀(Wintershall)과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 등과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에니(ENI)도 벵가지 인근 유전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영국은 지난달 무역장관인 로드 그린(Load Green)을 직접 리비아 현지로 파견해 NTC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은 리비아 반군에 대한 지원 규모가 가장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NTC는 내전 과정에서 파괴된 트리폴리 공항과 미스라타 병원의 복구를 위해 영국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정부와 리비아 진출 기업들은 우선 기존 현장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새로 구성될 리비아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해 NTC 주요 인사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빠른 시일 안에 NTC와 발주처 주요 인사를 국내로 초청한다는 계획이며, 리비아 트리폴리에 해외건설협회의 임시사무소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리비아 측에서 식수난 해결을 위한 대수로 사업 지원을 요청해와 지난달 1차로 국내 기술지원팀을 급파했으며, 이달 말 2차로 10∼15명을 보낼 예정이다.
국토부는 또 25일 리비아 진출 건설사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리비아 재건사업 참여 방안과 인도적 지원 방안, 리비아 입국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후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3개 부처가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NTC로부터 비자를 승인 받아 지난 6일 선발대 20여명을 파견한 신한건설이 이달말이나 내달초 100여명을 추가로 보내 본격적인 사업 재개에 나설 계획이다. 직원 3명을 보낸 대우건설도 오는 28일쯤 20여명의 한국인과 제3국인 직원들을 추가로 입국시킬 예정이다.
현지인 직원들에게 공사현장을 맡겼던 현대건설은 빠르면 28일께 선발대 3명을 보내겠다고 전했고, 원건설과 코스모 D&I도 11월 초 각각 3~4명씩을 파견할 방침이다.
연내 100여명을 리비아로 보낼 계획을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복귀를 추진 중인 신한건설은 기존 공사를 재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규 수주까지 노리고 있다.
지난 9월 말 선발대 5명을 보내 현장을 점검한 현대엠코도 “현장이 깨끗하게 보존돼 연말이나 내년 초 공사재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는데 카다피 사망으로 재개 시점이 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리비아의 향후 재건 사업 규모와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사실상 예측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우선 기존 현장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향후 유럽,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며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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