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22일(현지시간) 제네바 국제공항을 통해 스위스에 입국, 미국측 수석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23일 오전 제네바에 도착했다.
이번 대화는 현 한반도 정세 흐름 속에서 대화국면의 모멘텀을 살려 6자회담이 조기재개 쪽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교착국면에 갇히느냐의 분기점이다.
지난 7월 말 뉴욕에서 열린 1차 대화에 이어 3개월만에 열리는 이번 북미 대화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이)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조치가 이행되는 것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서로 주고받는) 협상이 아니다”라면서 “탐색단계(exploratory phase)”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조기재개’ 입장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일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라는 협상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시했고, 20일 조선중앙통신도
“전제조건없이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이어받았다.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인 사전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은 것.
양측의 이 같은 견고한 입장표명은 회담에 앞서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전열을 가다듬으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회담 테이블에 앉으면 양측 모두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한 ‘밀고 당기기’를 통해 접점 모색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번 대화에서는 대북 식량지원과의 ‘숨은 연계’도 주목된다. 미국은 사전조치에 ‘대가’가 없고 대북 식량지원은 순수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비핵화 사전조치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장외(場外) 우방의 움직임도 간접적 영향을 줄 변수다. 한국 정부는 실무급 북핵담당관 2명과 주미 대사관 관계자 1명을 현지에 보내 미국 측과 긴밀한 ‘소통’과 조율을 시도할 예정이다. 중국은 23~24일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대해 모종의 역할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미 양측이 이번 대화에서 결론을 지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양측의 근본적 입장차가 남아있는 ‘부분적 진전’ 속에서 협상의 여지를 살려둔 채 ‘3라운드’로 후속대화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23일 정부의 핵심 당국자는 “큰 틀의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유연하면 진전될 수 있으나 결론을 내는 상황까지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미국 북핵협상 대표가 교체된 이후 첫 ‘상견례’ 자리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표출되는 북미 관계의 온도와 기류는 앞으로의 6자회담 재개의 템포와 전반적 협상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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