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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채무·금융위기 종합대책 가닥은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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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2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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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그리스에서 시작돼 유럽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채무·금융위기를 극복할 종합대책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EU는 지난 주말부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EU 27개국 재무장관회의, 정상회의 등을 잇따라 열었다. 중국과의 정상회담도 무기 연기할 정도로 매달렸다. 그러나 일부 주요 쟁점들에 대해 합의하지 못해 오는 26일 다시 열릴 정상회의에서 최종 타결키로 했다.

2차 정상회담 후 내놓을 대책이 시장의 불안을 확실하게 잠재울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획기적인 조치를 기대하지 말라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EU도 아직 구체적인 협상 진행상황을 공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나온 부문별 논의 내용을 살펴 보면 EU 대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 민간은행 자본 확충=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국채가 위험해질 것에 대비해 유럽 민간 은행들이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본의 규모는 1천70억-1천80억 유로라는데 재무장관들의 의견이 접근했다. 이는 의무 자기자본비율(Tier Ⅰ)을 9%로 높여야 함을 뜻한다.

은행들은 일단 스스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며, 어려울 경우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지원키로 했다. 다만 회원국 정부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은행에 주는 방식도 구사된다.

유럽은행감독원(EBA)은 은행들이 보유한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국채의 평가액도 현재의 시장가격 수준으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정부는 자국 은행들이 증액해야 할 자본 규모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난색을 표명했으나 몇 가지 보완장치를 두는 방향으로 타결될 전망이라고 EU 관계자들은 전했다.

◇ 그리스 국채 손실률 제고=7월21일 정상회의 때 합의된 그리스 국채 보유 민간 채권자, 즉 은행들의 손실(상각) 비율은 21%였다. 이는 그리스가 그만큼 빚을 탕감받는 것이다.

이 정도로는 그리스가 빚더미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상각률을 50-60%로 높이는 쪽으로 EU 국가 간에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세계 450여 개 주요 민간 은행들의 협회인 국제금융연구소(IIF)의 칼스 달랄라 소장 역시 “손실률 제고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면서 “거의 합의에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달랄라 소장은 “그리스 경제를 다시 성장궤도로 올려 놓을 믿을 만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은행들도 투자에 따른 책임을 더 지기 위해 절반을 깎아 줄테니 나머지는 상환을 확실히 보장해 달라는 뜻이다. 

얀 케이스 드 예거 네덜란드 재무장관도 “은행들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실률이 50% 이상으로 결정되면 감당하지 못할 은행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다시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후속 대책은 26일 회담 이후에도 EU와 각국 정부가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손실 부담 방식으로는 채권의 현재 순가격에서 50% 상각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또 보유 채권을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EFSF가 발행하는 AAA 등급 채권이나 그리스 정부가 발행하는 새로운 30년 만기 채권으로 교환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만기 전 교환 방식은 액면가의 50%를 상각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금융권에선 평가하고 있다.

◇ EFSF 확대 방안=현재 4천400억 유로인 EFSF의 가용재원을 1조-2조유로로 대폭 확대한다는 데에는 회원국 간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확대 규모는 방식과도 관련돼 있으나 방식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3일 회담 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EFSF를 은행으로 전환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자금을 사실상 무한정 받아오는 “프랑스 측의 제안은 없던 일이 됐다”고 밝혔다. 사르코지도 ECB의 독립성을 존중키로 했다며 이를 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재원 확대 효과를 내면서도 ECB를 개입시키지 않는 방안은 두 가지라고 밝혔다. 하나는 EFSF자금을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의 국채를 매입하는 은행에 국채 액면가의 일부 보전을 보증해주는 방법이다. 예컨대 20%를 보증해줄 경우 EFSF 재원이 5배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또다른 방안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들의 지원을 받아 유로존 채권 매입을 지원할 특별 기금을 만드는 것이다.

유로존 관계자들은 두 가지가 병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후자의 경우 가장 큰 전주가 될 중국이 지원을 계기로 유럽 문제에 끼어드는 것을 회원국들이 꺼릴 수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 재정통합과 규제 강화=독일 등 재정 우량국들은 능력 이상으로 흥청망청하면서 빚을 쓰는 나라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재정안정을 위한 6개의 법안이 지난달 28일 유럽의회를 통과했다. 독일 등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위반 국가를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또 단일 통화를 도입했으나 예산과 재정은 나라별로 운영하는 유로존 체계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돼 왔다. 당장 예산 등 재정운용을 통합하지는 못해도 재정건전성을 감독하고 예산 편성 등에도 일정 수준 내에서 간섭할 권한을 EU에 부여하고 이른바 ‘EU 통합재무장관’격인 재정 담당 집행위원 직을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경제 통합 등을 위해 EU 조약을 ‘제한적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1일부터 발효된 리스본 조약을 다시 바꾸기는 어려우므로 일부만 개정하자는 것이다. 조약 개정문제를 다루기 위해 26일 정상회담 참석 대상은 당초 예정했던 유로존 17개국이 아닌 27개 EU 회원국 전체 정상으로 확대됐다.

◇ 안정과 성장 정책=당장의 금융위기로 인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론 이후에도 중요한 것은 경제 성장이다. 성장이 정체되면 세수부족으로 부채를 갚기가 더 어려워지고 실업 등 고통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U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긴축을 하면서도 성장을 촉진할 대책들을 중점 논의했다.

26일 회담에서 EU는 금융·재정위기 타개책과 함께 경제 성장 촉진 방안, 기후변화대책, 금융거래세 부과 등에 대한 EU의 입장을 다시 논의한다. 여기에서 정리된 입장을 내달 2-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서 내놓게 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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