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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주행모습. (한국지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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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주행모습. (한국지엠 제공) |
지난주 금요일(21일) 부산 해운대에서 새 중형 세단 ‘말리부’를 시승했다. 세계 최초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다.
해운대는 결코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의 부촌 말리부(Malibu)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해운대는 럭셔리 고층빌딩이 즐비한 신흥 부촌이 됐다. 이는 자동차 ‘말리부’도 마찬가지였다. 토종 국산차지만 조용하고 안락한 고급 수입 세단의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차량이 도로에 깔리기 시작하면 얘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부드럽고 조용한 주행성능= 디자인에서 느껴지듯 주행성능은 부드럽고 조용했다. 회사가 진동ㆍ소음 측면에서 동급 최강이라고 그토록 강조해 온 이유를 수긍할 수 있었다. 흡음 패드를 꽤 많이 사용한 모양이다.
핸들링도 좋았다. 부드럽게 나가고, 꺾이는 느낌이었다. 동급 차종 중에 가장 묵직했다. 실제로도 100㎏ 이상 무겁다. 차체도 길이*너비*높이 모두 1~3㎝가량 크다.
이 때문일까. 행사 중 열린 질의응답 때 몇몇 기자들이 ‘잘 안 나간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스포티한 차는 아니었다. 물론 엔진 성능 탓도 있을 것이다. 같은 배기량 2.0ℓ급 엔진을 탑재한 동급 모델보다 최고출력(마력)이 꽤 낮다.
하지만 말리부 자체가 원체 부드러움 위주로 세팅됐다. 자동변속 시점이 타 차종보다 높은 6500알피엠 전후였다. 그만큼 엔진을 더 밟아야 더 나간다는 의미다. 부드럽게 탄다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스포티함을 느끼고 싶다면 수동 모드로 주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비록 이 차의 ‘본질’은 아니지만.
다만 실연비가 생각만큼 안 나온 게 아쉬웠다. 도심인데다 (시승을 위한) 거친 주행이었다는 점은 있지만 평균연비가 좀처럼 ℓ당 10㎞을 넘지 못했다. 공인연비는 ℓ당 12.4㎞다. 참고로 쏘나타와 K5의 공인연비는 ℓ당 13.0㎞, SM5는 ℓ당 12.5㎞다.
여튼간 시승 중 비가 왔다는 아쉬움은 차치하고 부산 해변을 달리고 있노라니 가 보지도 않은 ‘말리부’의 여유로움이 떠올랐다. 참고로 말리부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인 스타크사 최고경영자(CEO) 스타크의 저택의 배경이 된 곳이다.
단순히 아직 판매되지 않은 신차이기 때문일까,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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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를 운전석에서 바라본 모습. 내비게이션 뒤에 숨은 '비밀' 수납공간이 인상적이다. (사진= 김형욱 기자) |
◇쉐보레 역대최강 인테리어= 가장 마음에 든 건 인테리어였다. GM대우 시절은 물론, 올 3월 쉐보레로 바뀐 이후에도 인테리어는 국산 경쟁모델에 다소 미흡하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말리부는 완전히 달라졌다. 내장 내비게이션(옵션)의 터치식 버튼, 수납공간, 계기판 디스플레이 모두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겸비했다.
내비게이션 버튼을 누르면 뒤에 숨어있던 수납공간이 있다. 비밀 수납공간인 것 같아 재밌다.
앞ㆍ뒷좌석 시트가 큼직하다. 1시간 내외의 시승으로 이렇다 평가하기는 어려웠지만 편안한 편이다. 다만 몸집이 큰 사람이면 큰 시트 때문에 경쟁 모델보다 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확실한 건 트렁크만은 동급 최고의 수납공간을 자랑한다.
말리부는 한국지엠, 그리고 쉐보레에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쉐보레는 오는 11월3일로 100주년을 맞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이 차량을 전세계 100여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올 3월에는 한국에서도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 다수의 신차를 내놨으나 모두 주력 차종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말리부를 위한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 최대 시장인 중형 세단 부문에서 말리부가 하기에 따라 쉐보레 브랜드 도입의 성패가 갈리는 건 이 때문이다.
중형차 경쟁에서 제외된 ‘비운’의 이전 모델 토스카를 답습할까. 아니면 중형차 4파전에 당당히 입성, 쉐보레 도입의 대미를 장식할까. 결정은 이제 소비자의 실제 평가에 달렸다.
가격은 2185만~2821만원이다.
한편 현재로서 말리부의 디젤 모델과 터보 모델에 대한 출시 계획은 없다. 신차의 판매량에 따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는 말리부가 정식 출시하는 내달 초에 앞서 이달 말 사전계약 대수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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