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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훈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1타에 제 인생이 걸리지 않았습니까. 버디퍼트를 성공하면 3위가 돼 내년 투어카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꼭 넣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집중했습니다.”
미국PGA투어 ‘루키’ 강성훈(24·신한금융그룹)이 골프의 묘미를 선보이며 내년 투어카드를 확보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 마지막 홀에서 맞이한 2.5m 버디퍼트를 성공하면서 1타차로 잡은 극적 피날레였다. 그 퍼트를 성공하지 못했으면 ‘지옥의 관문’이라는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로 가야할 판이었기에 그에게는 천금같은 1타였다.
대회 후 전화를 통해 들린 그의 목소리는 흥분이 남아있는 듯했다. “최종일 초반에는 스코어보드를 외면하다가 14번홀쯤에서 봤어요. 남은 홀에서 버디 2∼3개를 하면 가능성이 있겠더라고요. 마지막 홀에서 1타 앞서가던 톰 퍼니스 주니어가 버디를 놓친 것을 보고 ‘내가 성공하면 공동 3위가 돼 상금랭킹 125위안에 들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넣어야 산다’는 집념이 통했는지 버디퍼트가 홀에 떨어졌습니다. 지금 기분 엄청나게 좋습니다.”
강성훈은 이 대회전까지 상금랭킹 141위였다. 마지막 대회에서 3위안에 들어야 상금랭킹 125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투어 출전권을 받을 수 있었다. 1,2라운드에서는 중위권을 맴돌다가 3라운드에서 공동 9위로 치솟은 뒤 최종일 극적으로 3위에 합류하며 투어카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코스가 저에게 맞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파5홀이 네 개 있는데다 전장도 길지요. 그래서 180∼200야드 거리에서 어프로치샷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것은 제가 좋아하는 거리이거던요. 저에게 익숙한 버뮤다 잔디였던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상금랭킹 125위안에 들지 못해도 내년 15∼20개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컨디셔널 시드’는 주어지기 때문에 부담을 안 가지려 했습니다.”
올해 미PGA투어에 데뷔한 강성훈은 시즌 초반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공동 51위)과 멕시코에서 열린 마야코바클래식(공동 19위)에서 초반 선두권에 나서자 “별 것 아니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것이 착오였다. 시즌 중인 3월 한국에 와 4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치고 투어에 복귀하니 시즌 초반과는 영 감(感)이 달라져버렸다. “볼이 좌우로 비뚤어져 나가더라고요. 시즌초의 샷감각을 되살리는데 2개월이 걸렸어요. 시즌초 기회가 왔을 때 상금을 올려놓지 못한 것이 후회되더라고요.”
강성훈은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력에 힘입어 올시즌 투어 이글랭킹 1위에 올랐다. 총 이글수는 15개로 공동 2위이고, 홀당 이글수(75.6홀당 1개)는 1위다. 체격은 크지 않지만 ‘이글 왕’이라 할 만하다. “파5홀에 다다르면 집중이 잘 됩니다. 자신있으니까 편안하고 편안하다 보니 ‘2온’을 노리고 공격적으로 나갑니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구는데 주력한 후 두 번째 샷은 그린에 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버디만 하자고 마음먹고 첫 퍼트를 하면 들어갈 확률이 높더라고요. 이글을 의식한다기보다는 버디를 노리다가 나오는 부산물이라고 할까요.”
그는 이번주 한국에 왔다가 호주나 싱가포르 대회에 나갈 계획이다. 그런 후 12월 초 미국으로 들어가 일찍이 내년 시즌을 준비할 생각이다. “이제 자력으로 투어카드를 받은 만큼 원하는 대회를 골라서 나갈 수 있습니다. 퀄리파잉토너먼트로 돌아갔더라면 합격하더라도 제가 원하는 대회에 나갈 수 없지요. 그만큼 마음의 부담이 덜어지고, 내년 시즌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 점은 크나큰 메리트입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성공적인 ‘루키 연도’를 보낸 그는 미PGA Q스쿨에 응시하는 동료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지닌 기량만 발휘하면 합격합니다. 부담으로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만 경계하면 됩니다. 6라운드 108홀 경기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합격·불합격을 가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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