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징은 베이징 중심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거지역으로 약 4만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왕징할아버지가 베이징 코리아타운인 왕징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999년 8월이다. 당시 해외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하던 그는 모아둔 돈을 모두 가지고 중국에서 남은 여생을 편하게 살기 위해 베이징행 비행기를 탔고 왕징에 정착했다.
초반에는 모아둔 돈으로 화려한 생활을 했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를 당하고 인생이 철저하게 망가졌다. 무일푼이 되니 가족들도 떠나갔다. 홀로 왕징에 남은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왕징에 계속 머물렀다. 그는 부동산 알선업도 하고, 인력 소개업을 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직업은 없었다. 고령이 되버린 몸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도 마땅치 않았다. 그는 여권도 잃고 이름도 잃고 '왕징 할아버지'란 이름으로 왕징 언저리에서 매끼니 숙식을 걱정하며 여생을 보냈다.
불법체류 12년째인 올해 들어서야 그는 한국에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을 도와줫던 왕징 온누리교회 관계자들에게 마지막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베이징 한인회를 찾아가 귀향할 수 있는 방법을 의뢰했다고 한다. 역시 걸림돌은 무려 13년이나 되는 불법체류기간이었다. 이정도 불법체류면 장기간 구금조치 당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중국 공안은 왕징할아버지가 이미 고령이며, 몸이 편찮은 상태인데다가 그동안 중국에서 범법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해 구금조치 없이 귀향하도록 허가해줬다. 불법체류에 대한 과태료 5000위안과 비행기값 4000위안 등 경비 9000위안은 온누리교회가 마련했다.
왕징할아버지의 귀향을 도왔던 베이징 한인회 강동신 사무총장은 "왕징에 거주하는 베이징 교포들은 왠만하면 왕징할아버지를 다 안다"며 "이미 고령인데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 아니기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한인회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귀향을 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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