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야권의 박원순 후보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니며 한 마디 한 마디를 보도하고, 누구의 지지율이 더 높은지, 누가 이길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는 데 정신이 없다.
그러나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언론도, 후보들도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이번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 그리고 이번 선거를 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선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두고 벌였던 주민투표가 유효투표율인 33.3%에 미치지 못하는 25.7%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실패'한 데 따른 사퇴로 시작됐다.
무상급식 전면 도입이냐 부분적 도입이냐는 문제가 이번 선거의 시작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 무상급식은 이미 온 데 간 데 없다.
이번 선거의 책임을 져야 하는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이야기는 제쳐둔 채 상대방 치부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고, 야권은 지난 시정의 실정만을 부각하며 정권 심판론에 몰두해 있다.
무상급식 문제가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비용을 부담하며 치러야 하는 이번 보궐선거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2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된 주민투표 역시 오 전 시장과 시의회의 '기싸움'이 원인이 됐다.
투표율이 줄어드는 이유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투표를 하고 싶어도 '밥벌이'에 치여 투표장에 오지 못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당선'이다.
그러나 모두 투표장에 와서 자신을 찍어달라는 호소 이전에, 뜨거운 선거열기 속에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유권자들에게 이번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먼저이고,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가진 최소한의 의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