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백성운 의원
국내 백화점 시장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사가 83.2%를 차지하고 있는 과점(寡占)구조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이 세 백화점을 이용하지 않고는 보따리장수를 하지 않는 한, 달리 생산품을 팔 수 없는 실정이다. 중소기업한테 판매는 모든 것이다.
생산도,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도, 아니 기업 생존 자체도 판매가 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으로서는 설혹 불이익과 불공정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감수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백화점에 입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들 거대 3사 백화점은 해도해도 너무하는 횡포에 가까운 부당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입점기업으로부터 매출액의 평균 30%, 많게는 40%까지 수수료로 떼어간다. 이익의 40%가 아닌 매출액의 40%를 떼어주고 커갈 기업이 몇이나 있겠는가.
이렇게 3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과점상태에서 입점 중소기업과 백화점 간 문제를 1대 1의 당사자 문제로 보고 시장경제니 자유경쟁이니 하며 방관하는 일은 온당치 않다.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를 링 위에 올려놓고 1대 1의 문제라고 맡겨놓거나, 칼자루와 칼날을 잡은 사람에게 당사자 문제라고 서로 협의해서 하라고 방임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는 심판관이 돼야 한다.
원천적으로 대등한 위치가 될 수가 없고, 애초에 동등한 협상력이 나올 수 없는 곳에서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행위가 일어나게 마련이므로 정부는 그런 행위를 하면 경고를 하고, 징계도 하고, 벌과금도 매기는 징벌제도를 강구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백화점 3사에 입점한 중소기업 300개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백화점의 불공정·부당 거래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먼저 입점기업의 46.9%가 최근 3년간 백화점으로부터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촉 및 세일행사 참여를 강요하거나(48.4%), 판촉 및 세일행사 비용을 입점기업에 떠넘기기(36.6%)도 한다. 판촉 및 세일행사로 떠안는 비용이 평균 1600만원이나 된다.
그야말로 '인심은 백화점이 쓰고, 비용은 입점기업이 떠안는 꼴'이다.
문제는 또 있다. 소위 '해외 명품'이라는, 해외 수입제품과 국내 제품 간 차별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수수료율이 심하게는 5배나 차이가 난다. 국내 제품은 매출액의 보통 30% 정도를 떼가면서 수입제품은 5% 정도 받는 것이 상례다.
이제 정부가 심판관으로 나서서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공정·부당 거래행위에 대해선 벌을 주고, 실상을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표준거래계약서 보급도 더욱 확대하고, 불공정·부당 거래행위와 관련해 '익명' 신고가 들어오면 신고자 신변을 철저히 보호하되 불공정행위는 엄격히 처리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입점기업에 부당하게 조세를 전가하거나, 탈루한 부분이 있다면 국세청과 검찰 등 정부기관 합동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백화점 입점 중소기업에 대한 수수료 과다' 문제는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에만 불이익이 가고 피해가 생기는, 즉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접적인 외양으로는 그들 당사자의 문제인 듯 비치지만, 기실 그렇지가 않다.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헤어날 수 없는 덫에 걸린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대부분의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는 중소기업의 발판이 점점 더 좁아지는 고용 감소의 문제이기도 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상생발전을 통한 동반성장을 저해하는 우리 사회의 우심한 병리현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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