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증권사들이 앞 다퉈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다. 고객과 수신기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속내는 신용융자 확대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에게는 신용공여 한도 자율규제가 있어 규제 이상으로 대출을 해줄 수 없다. 과도한 수수료 경쟁으로 신용융자로 인한 이자수익이 증권사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추가로 확대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대영+에이스’ 패키지 매각에 참여한 키움증권은 작년 전체 영업수익 가운데 신용공여를 통한 이자수익이 12%를 넘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업계 신용융자ㆍ미수거래 잔액은 7월 말 현재 6조3302억원으로 전년 같은 때 4조9840억원보다 27.01% 증가했다. 지난 2008년 말에 비해서는 320% 이상 늘어나면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 이자 수익은 7월 말 잔액 기준으로 이자율을 8%로 잡을 경우 연간 5000억원 이상이다. 현재 업계 신용융자 이자율은 보름간 빌렸을 때 평균 7.9%다.
특히 최근 ‘대영+에이스’ 패키지 매각에 참여한 키움증권은 2010년 회계연도 기준 모두 4900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이 중 신용공여를 통한 이자수익은 630억원이다. 영업수익 가운데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12.8%로 다른 증권사의 신용공여 이자수익 비중에 비해 4배가 넘는다. 다른 증권사들은 영업수익에서 신용공여를 통한 이자수익이 평균 3% 남짓에 불과하다.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정한 보증금을 받은 후 주식 매수 시 필요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한도 자율규제(자기자본의 60%, 온라인증권사는 100%) 때문에 투자자들의 대출 수요를 100%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증권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신용융자 수요에 대해서도 저축은행 스탁론이나 주식담보대출 형태로 자금 제공이 가능하다.
스탁론은 5000만원을 투자했을 때 1억원을 빌릴 수 있지만 신용융자는 7500만원밖에 대출을 받지 못한다. 반대매매 규정도 주가 하락 시 신용융자는 대출금액의 140%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지만, 스탁론은 115%만 유지하면 된다.
특히 신용공여를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도 맞춰주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스탁론이라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증권사에 없는 수신기능 확보 차원도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사 주식투자자들에게 신용공여 규제 이상으로 대출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월말 대신증권이 중앙부산ㆍ부산2ㆍ도민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증권이 대영저축은행 단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키움증권도 ‘대영+에이스’ 패키지 인수에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배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도 ‘프라임-파랑새’ 패키지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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