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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워싱턴에서 본 서울 시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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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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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송지영 특파원) 무선 인터넷, 스마트폰 또 각종 애플리케이션으로 한국과 미국은 거의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미주 한인들은 수시로 한국에 있는 친지들과 전화를 하고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자유롭게 전달한다.

서울 시장 선거도 이쪽 한인들의 큰 관심사가 됐다. 박원순씨의 승리는 선거 운동이 벌어지는 동안 미국에서 이미 감지됐다. 혹자는 “이번 선거는 박원순이 당선되는 것이 아니고 나경원이 떨어지는 것이다”고 규정했다. 박 후보가 안철수의 도움도 받고 또 아주 훌륭해서 뽑히기 보다는 나경원과 한나라당이 괘씸해서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뜻이다.

나경원씨는 들으면 억울하겠지만 이것이 민심이다. 물론 다르게 생각한 사람들도 거의 절반이나 되었지만 민심은 나경원씨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흘러갔다. 이쪽에서 감지된 몇가지 민심 동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나경원씨는 여성들로부터 마음을 잃었다. 미주 여성들은 이 넒은 미국 땅에 살면서 인터넷으로 하나로 묶여 있다. 여러가지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또 아주 빠르게 한국 소식을 전하고 평가한다. 그 속도는 거의 한국의 대표적인 포털, 다음과 네이버에 견줄 정도이다.

선거기간 동안 이들 웹에서 나경원씨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내숭을 떤다’는 것이었다. 장애인 아동 목욕시키기, 소형차 타고 시장 들르기 등등은 나 후보의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같은 재미 한국 여성들의 여론은 서울 거주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 표의 상당수를 잃었으니 당선될 리 만무했다.‘내숭 떠는 여자가 가장 싫다’며 여성들은 같은 여성인 나경원씨에게서 등을 돌렸다.

둘째, 나경원씨는 또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하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다고 평가됐다. TV 토론에서 자기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를 내는 듯한 표정은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최고 학벌에 판사 출신이 저 정도 밖에...’란 조롱이 쏟아졌다. 민의를 대신하고 또 설득할 수 있는 그릇이 절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어찌 보면 비슷한 경력을 가진 이회창씨가 과거 김대중, 노무현에게 대선에서 잇달아 물을 먹은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이제 사적 영역에서의 성공과 공적 영역에서의 성공이 구분되는 선진 사회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도 민심 읽기에 실패함으로써 이번 선거에서 나경원이 떨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홍준표 당 대표가 떨어진 나경원 최고의원에게 핀잔을 주었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기가 막힐 따름이다. 민심과 괴리되게 당을 운영한 책임은 대통령과 당 대표에게도 있다. 후보를 탓할 때가 아니다.

미국도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의원들을 뽑는 총선거가 있다. 벌써부터 기선을 잡기 위해 서로를 공격하느라 난리다. 미국의 정치권도 미국 시민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는다. 신뢰도 많이 잃었다. 그러나 욕을 먹더라도 할 것은 한다. 바로 민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도 풀뿌리 민심을 바탕으로 먹고 산다. 한나라당처럼‘장년층 이상이 투표를 많이 해야 유리하다’는 말을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 어디 민심이 장년층에게만 있을까. 요즘같은 소프트웨어 시대에 젊은 층과 여성 표 없이는 장기적인 승리는 있을 수 없다. ‘영남 등 다른 지역 선거에서 그래도 이겼다’는 변명은 아직도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미국 공화당이 선거 때 마다 표을 몰아주는 텍사스, 웨스트 버지니아 등 보수 지역에서 이겼다고 좋아하는 것을 보았는가. 결전 지역에서 이겨야 진정한 승부다. 참 한심한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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