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31일 한만호(53)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공판에서 “금품을 전달했다는 한만호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총리는 이로써 지난해 4월 곽영욱(71)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1년6개월 만에 또 사법부에서 면죄부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7월 한 전 총리를 기소한 이후 23차례나 열린 공판에서 변호인 측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며 여러 차례 진행된 프레젠테이션과 현장검증 등을 통해 증거를 제시했으나 결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책임론과 정치권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9일 결심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9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다만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문숙(51·여)씨에게는 5500만원과 법인카드를 받아 쓰고 버스와 승용차를 무상 제공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4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9억원의 금품수수를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직접증거는 한만호 전 대표의 검찰진술 뿐인데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 합리성과 일관성이 없는 부분이 있고, 한 전 대표의 진술 자체에 추가 기소를 피하려는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도 보여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한만호 전 대표의 비밀장부와 채권회수 목록은 비자금을 마련했다는 증거는 되더라도 그것을 한명숙에게 전달했다는 금품수수의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판결이 선고된 후 한 전 총리는 “돈 받은 사실이 없기에 무죄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 판결은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선고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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