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진형 기자)“형, 이거 좋은 술이라고 누가 선물로 줬는데 같이 한잔 합시다”
“뭐지 이게? 술 병 안에 왠 그림이 있어, 디자인과 포장에 뭔가 과장된 느낌이 나는 게 왠지 찝찝한데……”
기자가 처음 수정방(水井坊)을 마주 대했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 중국 명주라고는 마오타이와 우량예 밖에 몰랐던 기자는 수정방의 화려한 외관에 오히려 의심을 하였으나 술 맛을 보고는 바로 착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랬다. 수정방이야말로 중국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술이었던 것이다.
1998년 8월 쓰촨성 성도전흥주창(成都全興酒廠)은 양조장 시설을 개축하다가 우연히 지하 유적을 발견하였다. 1999년 3월 고고학자들의 주도하에 정식으로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고, 조사결과 이 시설물은 원, 명, 청 3대에 걸친 양조장의 흔적들로 밝혀졌다. 수정가(水井街)에서 발견된 고대 양조시설은 곧 국가문물국에 의해 ‘1999년 전국 10대 고고학 신발견’으로 평가되었고 ‘수정방’은 ‘전국중요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되었다. 이어 고고학계, 역사학계, 바이주 전문가들은 ‘살아있는 유적’, ‘중국 바이주 최고의 양조장’, ‘중국 농향형 바이주의 글자 없는 역사책’ 등의 칭호를 붙여가며 애주가들을 흥분시켰다.
2000년 8월 9일 수정방주 전시회가 광저우에서 성대하게 열려 마침내 그 600년 역사의 발효구덩이에서 빚어진 중국 최고의 술이 베일을 벗었다. 이를 맛본 애주가들은 ‘술이 위(胃)로 들어가서 가슴(心)으로 스며든다’고 표현하였다.
사실 수정방은 새로운 술이라기 보다는 전신(前身)인 전흥대곡주(全興大曲酒)에 스토리를 입히고 고급화 전략으로 포장한 술이다. 전흥대곡주를 생산하던 성도전흥주창은 회사이름을 사천수정방공사(四川水井坊公司)로 바꾸고 전흥대곡주에 최신의 양조기법을 더해 고가전략으로 시장에 승부를 걸었다.
고급스런 디자인은 술을 마시기 전부터 애주가들에게 특별함을 느끼게 한다. 술 케이스에는 사자모양의 고리가 달려있고, 술 병 바닥에는 여섯 폭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무후사(武侯祠), 두보초당(杜甫草堂), 구면교(九眠橋), 합강정(合江亭), 수정소방(水井燒坊), 망강루(望江樓) 등 사천 청두(成都)의 주요 명승지가 그려져 있다. 또한 술병 케이스 바닥에는 사자춤(舞獅) 그림이 그려진 나무 받침이 있어 재떨이로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사자는 베이징 자금성에 황제의 상징으로 버티고 있으며 중국에서 권위, 위엄, 전통, 부귀, 기복 등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27일 조니워커로 유명한 영국의 주류기업 디아지오(Diageo)는 수정방의 지분을 49%에서 53%로 늘리며 경영권을 인수하였고 수정방은 전 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그 명성을 넓혀가고 있다.
진시황 병마용 발견에 필적하는 고고학적 발견으로 불리는 수정방. 600년 발효구덩이 속에서 생산된 수정방은 38도 500ml 기준 면세점 가격이 494위안(한화 약 88,000원)인데 다른 바이주들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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