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이 10월 28일 올레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
제주도에도 단풍이 절정을 달할 무렵 제주 올레길에서 서명숙 (사)제주올레사무국 이사장을 만났다. 느리게 걷는 길의 의미를 강조한 그이지만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2011 제주올레걷기축제’준비로 여유를 즐기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도 그의 눈빛은 열정으로 가득했다. 눈 길 가는 올레길 곳곳 이 가진 숨겨진 이야기와 개발과정들을 소개할 때에는 마치 어린아이 마냥 즐겁고 신나 보였다. 간혹 올레길에서 만난 이들이 인사를 건넬 때에는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반갑게 맞아주기까지 했다.
◆올레길 ‘놀멍,쉬멍,먹멍’하며...
지난달 28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제주올레 사무국에서 만난 서명숙 이사장은 대뜸 자신을 찾아온 기자들에게 "놀멍, 쉬멍, 먹멍 하면서 천천히 걸어라"고 조언했다. 그는“혼자 걷는 올레길은 사색과 명상의 길이지만 같이 걷는 올레길은 만남과 소통의 길입니다. 가장 늦게 들어 오는 올레꾼이 가장 축제를 즐긴 사람이 될 것입니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야외 무대에서 쉬며 감상하고 여유롭게 즐기라”고 조언했다.
이번 축제는 ‘길 위의 축제’다. 한마디로 길에 문화를 입혔다. 지금까지 올레를 걸으며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생활 문화를 경험했다면 이번 축제는 이를 집약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나는 길을 낸 사람이지만 동시에 걷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주를 바라봤어요. 외국의 트레킹 길은 대부분 길이 단절돼 있지만 우리 올레는 마을을 거치도록 코스를 짰죠. 제주를 이해하려면 사람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 봐야 합니다.”
첫 술에 배부르랴. 서이사장은 이번 축제가 외부로 많이 알려지는 것을 경계했다. "올레가 한국의 여행 패러다임을 바꿨듯 올해 올레축제는 기존 축제와는 다른 인식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에게 이번 축제가 다양성이란 가치관을 보여주었으면 한다"며 의미를 되짚었다
◆올레길의 성공요인은 바로 ‘숫자’에 있다.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자연스럽게 올레길의 성공요인에 대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원봉사자들이 손으로 다져가며 길을 만들었어요. 올레길 표지를 만들어도 원칙을 정했죠. 그 중 친환경 소재와 최소환의 표시만 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간단히 숫자로 코스를 분류했어요”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제 올레 1코스, 2코스는 보통명사가 됐다. 하지만 올레길 많이 알려지자 많은 제언을 해주었다. "표식을 좀더 크게, 외국인들이 쉽게 알수 있도록 4개국어로. 각 코스를 테마별로 의미를 부여하자"라는 식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장은 확고했다. "사람다니는 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요. 시작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숫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요. 순서대로 길을 걸어도 되고 순서를 바꿔서 걸어도 되고, 형식도 없고 정해진 길도 없어요. 1코스든 2코스든 시작하는 점이 바로 출발점이고 멈춘 지점이 끝난 지점이에요".
그의 말대로 올레길은 연속성이 생겼다. 올레길은 시작점이 따로 없다. 내가 가는 길이 시작이고 또 끝이기도 하다.“사람들은 오히려 간단하게 생각해요. 택시를 타거나 시외버스를 타도 기사님들이 1코스, 2코스 시작점이라고 하면 금방 이해하는 것처럼 어려운 단어나 불필요한 테마는 제주올레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죠. 획일화된 올레길은 더 이상 올레가 아니에요"
(아주경제 강경록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