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와이번스 감독(오른쪽), 정만원 구단주 대행(왼쪽, SK텔레콤 부회장)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삼성의 레전드' 이만수가 SK의 사령탑에 올랐다. 프로야구 초창기 '헐크'라고 불리우던 그가 감독으로 새로 출발한다.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는 3일 오전 서울 T타워(서울시 중구 을지로2가)에서 이만수(53) 감독의 취임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만원 SK 구단주 대행은 이 감독에게 유니폼과 모자를 전달했고 신영철 사장, 민경삼 단장, 팬 대표도 꽃다발을 건내며 이 감독을 반겼다.
취임식에 참석한 이 감독은 정 구단주 대행과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며 SK의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과 화끈하고 색다른 야구를 다짐했다.
올시즌 이 감독은 지난 8월 18일 김성근 전 감독을 대신해 대행 꼬리표를 붙인 채로 SK의 지휘봉을 잡았다. 한때 정규시즌 4위로 추락하며 많은 팬들의 우려를 불렀지만 2위인 롯데에 아슬아슬하게 뒤쳐진 3위로 정규시즌 경기를 마치고 결국 SK를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끌었다.
결국 SK는 이러한 성과에 오랜 기간 수석코치와 2군감독을 역임하면서 선수단 사정을 잘 안다는 장점을 높이 평가해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바로 다음 날 정식 감독으로 임명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감독은 SK와 '계약금 2억5000만원, 연봉 2억5000만원' 등 총액 10억원에 3년간 계약했다.
다음은 이 감독과의 일문일답.
▲이만수 SK와이번스 감독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
◆전임 김성근 감독의 색깔과 어떻게 다른 야구를 할 것인가?
△지난 5년간 전임 김성근 감독님이 SK를 최정상에 올려놓은 것이 사실이다. 감독님의 좋은 점을 옆에서 지켜보고 보좌했기 때문에 감독님의 좋은 점은 그대로 유지하겠다. 부족한 부분은 새롭게 선수들과 마무리 훈련부터 채워나가려고 한다. 팬들에게 더 가까이 가도록,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지도자 연수를 받았는데, 본인의 야구관은 무엇인가?
△나의 꿈은 미국식 자율야구와 한국 야구의 조직력을 잘 접목하는 것이다. 미국식의 야구도 아니고, 우리나라처럼 권위 위에서 조직적으로 시키는 것도 아닌 색다른 야구를 하고 싶다. 미국에서 공부했고, 한국에서 자라 정서도 잘 알기 때문에 둘을 잘 접목시켜서 선수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에게 '야구 정말 재미있다. 내 천직이다'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압적으로 시키지 않아도 선수들이 재미있게 연습하고 경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무리훈련을 하면서 어느 부분을 보완할 것인가?
△감독대행을 두 달 13일 동안 정말 악조건 속에서 해왔다. 올해는 부상 선수가 너무 많다. 이번 마무리 훈련에서 여러 것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선수들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 기본기도 보강해야 한다. 지켜보니 기본이 부족해서 경기를 질 때가 있었는데 이를 다듬는 게 목표다. 선발 투수도 부족하고 축이 되는 중심타자가 가장 부족하다. 내야수, 외야수도 부족하다. 지도자가 되니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 마무리 훈련부터 시작해서 내년 캠프 때까지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외부 영입도 고려하고 있나? 중시하는 부분은?
△나는 선수들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현장, 프런트 간의 소통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지도자를 하면서 배운 것이 서로간의 소통이다. 현장은 현장대로,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가면 장기적으로 명문 팀이 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이다. 소통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아직 감독한지 이틀 밖에 안됐다. 우리 팀을 가장 잘 아는 것이 프런트다. 부족한 부분을 더 잘아는 단장님, 사장님과 의논해 보완할 만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팀에 노장 선수가 많은데?
△이제는 경쟁이다. 젊다고 기회를 주고 나이 먹었다고 안쓰지 않을 것이다. 마무리 훈련, 내년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까지 성적을 보고 담당 코치들에게 선수들의 평가를 받겠다. 종합적으로 성적을 볼 것이다. 올해 코치들에게 공부를 많이 시킬 생각이다. 감독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분야별 코치의 평가서를 받은 뒤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좋은 선수를 주축으로 경기에 내보낼 것이다. 담당 코치들이 신중하게 선수를 파악해야 한다. 또 되도록이면 40인 로스터 안에서 선수를 쓸 것이다. 선수들이 1~2군을 자주 왔다갔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팬티 세레머니'를 선보이는 이만수 SK와이번스 감독(당시 수석코치)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
◆스포테인먼트를 추구한다고 했는데 '팬티 세리머니' 같은 행동을 또 보일 생각인가?
△주변에서 그런 제의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선수가 해야 한다. 팬들은 선수들을 보러 야구장 찾는다. 관중들이 야구 구경을 오는 것은 선수를 보기 위한 것이다. 감독, 코치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허슬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게 퍼포먼스다. 항상 선수들에게 감동을 주는 플레이를 하라고 강조한다. 선수들에게 팬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최선을 다하면 야구의 드라마가 삶의 추억이 되고 감동이 된다.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퍼포먼스가 된다.
◆빠르게 어필하러 달려나가는 등 감독대행을 하면서 보여준 모습들이 이전의 감독들에게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행동들이다.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2006년 10월말 SK 수석코치로 왔다. 그 때 이런 식으로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때 한 말이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전에 했던 그대로 할 것이다. 가볍다는 말 개의치 않는다. 선수들이 실수할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보호하는 것이 감독의 일이다. 선수들이 감독의 눈치를 보는 것이 가장 싫었다. 그러지 않도록 하겠다. 선수들이 100%의 기량 발휘한다면 행복할 것이다. 앞으로 지도자 생활 끝날 때까지,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 그대로 하겠다. 남의 말의 개의치 않는다. 나는 그냥 나다.
◆미국 야구를 자주 이야기하는데, 롯데의 로이스터 전 감독과 자신의 야구를 비교하면 어떤가?
△우리나라는 정서가 있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미국 야구만 100% 하면 우리나라에서 무조건 실패한다. 미국 야구와 한국 야구를 잘 접목시키는 것이 나의 야구관이다. 한국 선수들이 자라온 과정이 있고 교육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유를 만끽하지 못한다. 어제 선수들을 모아놓고 세 가지를 부탁했다. 첫째가 기본이다. 야구의 기본과 프로 선수 생활의 기본을 강조했다. 두 번째는 집중이다. 경기에서 집중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세 번째는 팀이다. 프로에 개인은 없다. 개인이 있으면 팀이 망한다. 팀이 졌는데 안타 2개를 쳤다고 기뻐하면 안된다. 그런 것은 못 본다. 자율은 주되 자율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물을 것이다. 테두리에서 벗어나서 팀에 손상을 입히는 선수에게는 거기에 대한 철저한 책임을 묻겠다.
◆그동안 겪은 감독 중에 롤모델로 삼는 인물이 있는가?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 제리 매뉴얼 감독과 오지 기옌 감독이다. 이들은 극과 극이다. 매뉴얼 감독은 동양인 스타일이고, 기옌 감독은 남미 스타일로 정열적이다. 두 가지를 접목하겠다. 좋은 점만을 취하고 싶다.
◆내년 시즌 목표는?
△지금은 없다. 일단 팀을 잘 추스르는 것이 먼저다. 이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관중들로 가득 찬 인천 문학구장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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