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들의 경적소리,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광고판, 머뭇거림이 없이 빠르고 경쾌한 행인들의 발걸음." 일요일인 지난 10월 23일 밤 후난(湖南)성 성도 창사 시내는 3년전 이곳을 찾았을 때보다 훨씬 역동성이 느껴졌다. 시내 신문 가판대의 신문을 사서 보 컬럼난에 ‘우리는 어떤형태의 도시발전을 지향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있었다. 현지 대학 한 교수의 기고문이었는데 빠른 경제 성장도 좋지만 인간과 자연이 조화되는 균형발전이 더 중요하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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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난성은 지역의 젖줄인 상강을 동방의 라인강으로 만들고 저에너지 자연친화 경제발전을 도모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후난성 성위는 15개 해외 중문매체들에게 그 현장을 취재하는 자리를 제공했다. |
‘둥팡라인허 후난량싱멍(東方莱茵河 湖南兩型夢 동방의 라인강, 호남의 자원절약 환경친화발전)’ 본지는 세계각국의 15개 중문매체 대표단과 함께 지난달 23~31일 후난성 성위원회(서기 周强)와 후난성 정부, 홍콩원후이바오 등이 주관한 '량싱멍(兩型夢 저에너지 친환경 녹색발전)' 현장 탐방투어에 참가, 후난성 10여개 지역의 도시발전 비전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들 도시들은 한결같이 경제성장도 좋지만 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듯 했다.
천룬얼(陳潤兒) 창사시 서기는 지난달 23일 우리 대표단을 위해 마련한 만찬석상에서 "상주인구 700여만의 창사는 역사와 문화와 혁명, 산수와 발전의 도시다"라고 소개했다. 경제성장을 뜻하는 발전을 가장 뒤에 나열하는 것이 이상하다 했는데 이런 의문은 금새 풀렸다. 후난의 다른 도시들과 같이 창사는 전통제조업보다는 과학기술과 혁신 경쟁력 등 첨단 서비스 분야의 성장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천서기는 "창사시가 추진중하는 ‘대하서(大河西) 선도구’ 발전 전략도 저에너지 환경친화를 근본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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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우의 난처공장은 60년의 연륜속에 고속철과 지하철 등을 생산해 수출까지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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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자동차 주저우 공장근로자들이 봉고차 생산라인 에서 조립작읍을 수행하고 있다. |
우리 대표단은 부슬비가 내래는 속에 24일 인구 390여만명의 주저우(株州)시를 찾았다. 이곳엔 중국 고속열차 허세(和諧)호 고속열차와 지하철을 만들어 수출하는 난처(南車) 주저우전력기차 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난처 공장의 책임자는 "60여년 된 연륜도 연륜이지만 기술독립과 해외진출이 난처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책임자는 주저우시 기업중 9개의 상장사가 있는데 난처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오찬자리에서 만난 천쥔원(陳君文) 주저우 서기는 생태환경을 보전하면서 발전을 추구하는 녹색성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뒤 ‘시민 자전거 타기 캠페인 및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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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우시는 시민 들이 친환경 고급 자전거를 보증금 300위안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시행중이다. |
주저우의 자전거 타기 캠페인 정책은 서울보다 훨씬 선진적인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도로를 잘 정비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300위안(약 5만원정도) 내고 카드를 발급받으면 몇년동안 3단 기어변속의 품질좋은 자전거를 출퇴근을 비롯 24시간 자기 것 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총 1만대 가까운 자전거를 투입했으며 총 500곳에 카드만 꼿아 자전거를 빌릴수 있는 무려 대여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녹색 자전거 정책은 도시 대기환경 보호에도 한몫하고 있다고 양옥팡 부시장은 귀뜸했다. 최고 시속 400킬로를 넘는 고속기차를 만드는 도시 주저우는 한편으로 주민들에게 있어 자전거 생활 천국이기도 했다.
후난성이 '량싱멍'이라는 구호아래 얼마나 ‘자원절약과 환경 친화발전’을 중시하는 지는 흐리고 제법 차가운 날씨속에 25일 찾은 상탄(湘潭)에서 또다시 확인할수 있었다. 우리를 오찬에 초대한 천산신(陳三新) 서기는 상탄시는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를 모두 중시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후난성 공산당 위원회가 우리 대표단을 안내한 곳은 상단시의 상강(湘鋼) 이라는 철강회사였다. 공장안에는 길이 약 20미터의 거대한 후판 담금질이 이뤄지면서 수증기와 함께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상강철강은 종업원 1만 8000명에 연간 1000만톤의 후판등 강재를 생산하는 철강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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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탄의 철강회사 샹강은 공장 규모만 거대한게 아니라 저에너지 오염 감축 경영으로도 이름나 있다. |
하지만 상강의 경영진은 생산 규모보다는 에너지 절감과 오염감소 등에 대한 정황을 역설했다. 이곳을 둘러보니 철강산업이 전기사용과 환경오염이 심한 전통 제조업종이라는 선입견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벽수남천 녹색상강’이라는 구호 아래 최첨단 고로설계를 통한 에너지절감 시스템과 선진적 오수처리 시설을 갖춰 놓고 있었다. 순환경제 저탄소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상강은 창사와 주저우와 상탄시가 전국의 자원절약과 환경친화형 모범지역으로 자리매김하는 촉매역할을 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어 찾은 지리(吉利) 자동차 공장과 태양에너지 회사 역시 어김없이 ‘자원절약과 환경 보호’를 캐치프레즈로 내걸고 있었다. 공장안에는 환경보호와 에너지절약 안전 등을 주제로 한 포스터가 요란하게 나붙어있었다. 이들 구호 대부분은 리수푸(李書福)회장의 어록이라고 공장안 작업자들이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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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탄의 지리자동차 공장내부에 각종 경영 구호가 나붙어 있다. 이 회사는 외부인의 사진촬영을 엄격히 통제했다. |
’지리 자동차로 세계를 달리도록하자’거나 ‘소통과 품성 행복’을 강조하는 글귀도 눈에 띄었다. 생산관리 책임자인 천강은 "이곳에서만 20만대를 생산한다"며 "지리가 바로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회사다"고 자부심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대표단이 ‘량싱멍’의 꿈나라 여행에 깊이 빠져들고 있을 때 갑자기 후난성위로부터 연락이 왔다. 저우창 후난성위 서기가 25일 대표단과 회견을 갖겠다는 것이었다. 단아한 모습의 저우서기는 서두부터 과학적발전관으로 강조하며 후난성의 자원절약과 자연친화정책은 바로 과학적발전관의 주요 추구사항인 조화사회와 균형발전의 이념과 합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전관에 기초해 후난성은 정보화산업 및 신에너지 발전에 주력하고 생태농업을 권장하고 있다고 저우서기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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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산의 마오쩌둥 고향집에는 평일인데도 숱한 참관객들이 몰려들어 2백미터나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
25일 저녁 우리 일행은 마오쩌둥의 고향집이 있는 샤오산(韶山)시에 도착했다. 샤오산은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인데 중국에서 누구보다 마오쩌둥의 덕을 많이 보는 도시다. 10만명 인구의 샤오산에 매년 약 6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이고 보면 이곳이 마오쩌둥 고향 도시라는 후광을 얼마나 얻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수 있다. 샤오산 서기는 올해는 공산당 창당 90주년이 되는 해로 홍색 관광붐이 일면서 관광객이 800만명으로 급증했다고 자랑했다. 더욱이 중국 중앙정부는 90주년 보너스라도되듯 2011년 9월 샤오산을 관광지 최고급인 5 A급으로 격상시켜줬다.
이날 저녁 샤오산 서기가 만찬을 주관했는데 샤오산의 목표는 청산녹수를 보듬어안고 문명의 세계로 나아는 것이라며 그 또한 녹색성장을 강조했다. 만찬이 끝난뒤 산책삼아 숙소인 샤오산 빈관을 나서 마오쩌둥 광장으로 나가니 각각 마오쩌둥 기념박물관 앞쪽과 동상 앞쪽에 두팀으로 나뉘어 남녀 주민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녹음기에서는 옛 혁명가요와 최신 유행가가 번갈아 흘러나왔고 율동으로 보아 이들이 추고 있는 춤은 과거 중국 전역에서 ‘사회주의 일꾼’들이 즐기던 댄스였다. 흥미로운 것은 주민들이 댄스가 끝난 뒤 마오쩌둥 동상 앞으로 몰려가 합장 삼배를 한뒤 마치 절에서 탑돌이 하듯 합장한 채 동상을 한바퀴도는 것이었다. 마오쩌둥은 이미 중국인들이 복과 재물을 비는 신격화한 숭배의 대상이 됐음을 말해주는 광경이었다. 다음날인 26일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찌감치 마오쩌둥의 고향집을 돌아본뒤 다음 행선지인 러우디(婁底)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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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디 쐉펑현에 있는 청나라 대신 쩡궈판의 옛집이 주변산수와 어울려 고풍스런 모습을 뽐내고 있다. |
러우디는 총인구가 430만명인 중형 도시다. 후산성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량싱멍(자원절약 환경형 발전)’ 프로젝트의 핵심구역인 창사와 주저우 상탄과도 지리적으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곳의 린우(林武)서기는 "러우디가 전자 전기 자동차에어콘 산업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나라때의 대신 쩡궈판의 고향이기도 한 러우디(쐉펑현)발전을 위한 무역과 투자 등 대외 경제활동을 본격 확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26일 오후 늦게 취재 대표단은 러우디 쐉펑현에 있는 쩡궈판의 유적을 돌아본 뒤 밤길을 달려 후난성의 제일 남쪽 도시인 잉저우(永州)에 도착해 하루를 묵었다.
잉저우에는 27일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렸다. 아침식사를 한뒤 렁수이탄 과기공업원과 펑황(風凰)경제개발구를 향해 시외곽으로 나가데 인상적이게도 길이 모두 왕복 8차선으로 시원스럽게 뻗어있었다. 주요 공단을 돌아본 뒤 우리 취재 대표단은 장수오푸(張碩輔) 잉저우 서기와 회견을 가졌다. 장 서기는 "후난성은 농업대성중 하나이며 잉저우는 후난성을 대표하는 생태농업의 고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찬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공업발전도 에너지절약과 환경을 고려하고 농업도 생태 환경을 생각하는 ‘량싱사회건설’ 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잉저우는 특히 동남아와의 교역이 활발한 곳이었다. 4개 동남아 기업이 최근 이곳에 진출했으며 투자액도 2500만달러에 이른다고 시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또 잉저우는 경제를 발전시키되 자연보호와 수원 오염을 방지해 ‘녹색 잉저우’를 건설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개발구를 뒤로하고 우리 일행을 태운 차량은 가을빗속을 뚫고 다시 순제릉으로 이동했다. 차창밖으로는 벼가 노랗게 익은 다락논들이 정겨운 모습으로 펼쳐져 있었다. 잉저우 닝윈(寧運) 현에 있는 순제릉을 구경하고 우리는 그날 밤길로 천저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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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저우의 한 전자부품 회사 종업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제품 조립에 열중하고 있다. |
대표단은 28일 아침 이른시간 천저우의 다이다오진(戴道晉) 서기와 좌담회를 가졌다. 다이서기는 교통과 지리적 잇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무한과 광저우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천저우는 제 2도약의 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다이서기 역시 이자리에서 량싱사회 건설을 강조했다. 천저우는 중서부 대외개방의 플랫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천저우는 인접한 광동성을 통해 세계로 나가는 후난의 남대문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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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저우 화레이광전 공장안에 '도태되지않으려면 맨 앞에서 뛰어야한다'는 독려의 포스터가 붙어있어 참관객들의 눈낄을 끈다. |
주삼각등에 인접한 지리적 잇점을 발판으로 천저우는 유색금속과 전자정보 에너지 화공기업 산업 등을 고루 잘 발전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수출기업으로 유명한 화레이광전기업이라는 LED공장을 방문했다. 천저우시는 하나의 국가급 수출가공구도 보유하고 있다.
후난성의 저에너지 친환경 발전의 꿈을 시찰하는 ‘량싱멍’투어는 이어 헝양(衡陽)과 위에양(岳陽 ) 등으로 이어졌다. 헝양의 경우 량싱멍의 전국 시범구역으로서 국가급 개발구를 갖추고 정보 서비스산업 육성과 서비스 첨단산업 인재 배양 등에 심혈을 쏟고 있었다. 헝양시 정부관계자는 헝양이 량싱산업의 낙원이라고 소개하고 후난의 젖줄인 샹장(湘江) 을 관리하는 치수방면에서도 가장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위에양은 창장(長江) 과 동정호에 접한 지리적 잇점을 발판으로 내륙의 항구도시로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이렌홍(易煉紅) 위에양 서기는 “위에양은 항구와 물류 보세 공업 등 사위일체의 신형 항구 경제 발전을 목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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