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김병용 기자) 에릭 슈미트(사진 오른쪽) 구글 회장이 3일 간의 일정으로 7일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 2007년 방한 이후 두 번째 나들이다. 글로벌 IT업계는 10년 만에 격랑에 휩싸였다. 슈미트 회장의 선물보따리에 국내 전자·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슈미트 회장의 방한 목적이나 일정은 오는 8일 기자간담회를 제외하고는 공개되지 않았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구글TV로 인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및 모바일 검색시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슈미트 회장이 짧은 방한 기간에도 굵직한 인사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최대 관심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의 회동 여부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스마트폰을 사이에 놓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구글이 모토로라의 셋톱박스 부문을 인수하면서 양사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TV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구글과 손잡고 개발한 구글TV용 셋톱박스와 블루레이플레이어(BP) 시제품을 공개했지만 지금까지 출시 일정조차 확정하지 않았다. 스마트TV 시장에 곁눈질하는 구글의 행보가 달가울 리 없다.
구글은 TV사업의 안정화를 위해 세계 1위 브랜드 삼성전자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처럼 스마트TV 역시 생태계 경쟁이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손을 뿌리칠 수 없는 이유다. 이 사장과 슈미트 회장은 지난해 7월에도 미국 아이다호의 휴양지선 밸리에서 만남을 가졌다.
슈미트 회장은 이번 방한 기간에 구글의 국내 이통시장 진입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최근 스페인에서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을 시작했다. MVNO은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것이다. 전용 기지국이 필요 없다.
구글의 다음(Daum) 인수설도 슈미트 회장 방문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다니엘 알레그레 구글 아태지역 대표가 다음을 방문했다. 구글은 해외에서와는 달리 국내 모바일 검색시장에서 다소 힘에 부친 모습이다.
특히 스마트폰 이용자 급증과 함께 국내 모바일 광고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구글은 국내 사업자에 비해 뒤쳐져 있다. 다음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아담(Ad@m)’은 월 페이지뷰(PV)가 90억건에 달하지만 구글 ‘애드몹(Admob)’은 50억건에 불과하다.
현재 다음의 최대 주주는 이재웅 창업자로 15.5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10.62%), 삼성자산운용(8.03%), 국민연금공단(7.63%) 순이다. 구글은 이 창업자의 지분을 매입할 경우 적은 지분으로도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이밖에 슈미트 회장은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 대표들과 구글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도 논의할 전망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2000만명 가운데 1300만명 가량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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