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대신할 새로운 공산당 실세찾기에 나섰다. 자 주석은 10년 넘게 현대차의 중국사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지만 내년 퇴임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정치적으로 위축된 상태다.
6일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아차 중국 3공장 투자의향서 체결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정몽구 회장은 ‘신흥 실세’로 꼽히는 궈진룽(郭金龍) 베이징(北京)시 시장과 뤄즈쥔(羅志軍) 장쑤(江蘇)성 서기를 만났다. 반면 자칭린 주석과는 만나지 않았다.
장쑤성에는 기아차 생산공장이, 베이징에는 현대차 생산공장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들 지도자들을 만난 것이지만 이들이 중국 공산당 차기 핵심 주자들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측이 이들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이번 방중에서 설영흥 부회장, 신종운 부회장, 김용환 부회장, 양웅철 부회장, 이형근 부회장 등 기라성 같은 현대차그룹 실세들을 대거 대동한 것도 자칭린 주석의 퇴임을 앞두고 새로운 실세들과의 교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궈진룽 시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뤄즈쥔 서기는 차기 총리가 유력한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상무부총리와 함께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공청단파 핵심이다. 두사람은 모두 현재 공산당 중앙위원이며 차기 정치국위원으로의 승진이 유력한 상황이다. 정치국위원에 진입한다면 공산당 권력서열 25위 안에 들어가게 되며 중국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움켜쥐게 된다. 현대차로서는 이들 신흥세력들과의 관계강화가 절실한 입장이다.
자칭린 주석은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 진출을 모색하던 2000년대 초부터 10년 넘게 정 회장과 '호형호제' 하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자 주석은 현대차 베이징 1공장(2002년), 2공장(2008년), 3공장(지난해 11월) 준공식에 모두 참석했다. 공산당 상무위원이 이처럼 기업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04년 그의 방한 때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 정 회장과 만나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2009년 10월 이정화 여사가 별세했을때도 자 주석은 특별히 화환을 보내 각별한 정을 표했었다. 정 회장 역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때마다 그를 만나 현지 사업에 대한 협조와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자칭린 주석은 내년 퇴임을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라이창싱(賴昌星)이 귀국한 탓에 운신의 폭이 줄어든 상태다. 라이창싱은 중국내 최대 밀수사건의 장본인으로 자 주석이 연관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에서 승승장구해온 것은 자칭린 주석의 후원의 영향이 컸다는 것은 이미 업계의 정설”이라며 “현대차로서는 아쉽지만 자칭린 주석 카드를 버릴수 밖에 없는 입장이며 어서 빨리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차그룹과는 대조적으로 삼성그룹은 차기 국가주석이 유력한 시진핑 부주석과, LG그룹은 차기 상무위원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서기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이나 LG그룹이 차기 공산당 주자들과 이미 관계를 정립해 놓은 상태인 것.
현재 현대ㆍ기아차는 총 113만대 규모의 현대차 1ㆍ2공장과 기아차 1ㆍ2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지 승용차 시장의 약 10%인 100만여 대를 판매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베이징 3공장이 완공하고, 2014년 말 완공을 목표로 기아차 3공장 건설을 시작하는 등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어 중국 정부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두 공장이 모두 완공하는 2014년 이후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최대 생산능력은 173만대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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