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지난달 27일 32형 풀HD LED TV ‘이마트 드림 뷰(Dream View)’를 49만90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드림뷰는 출시 1주일 만에 5000대 판매되며 소비자들한테 큰 홍응을 얻고 있다. |
(아주경제 김병용·홍성환 기자) LG전자와 이마트 사이의 기류가 냉랭하다. 이마트가 저가 TV를 출시하자 LG전자는 가격 인상 정책으로 무력시위를 펼쳤다.
LG전자는 한 발 더나가 고위 경영진까지 나서서 이마트 저가 TV를 깎아 내렸다. 이마트는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28, 29일 이틀 간 이마트에 공급하는 TV 판매가를 소폭 인상했다. 이마트가 저가 TV ‘이마트 드림 뷰’를 출시한 다음날 바로 판매가 인상을 통보한 것이다.
이마트가 아닌 공급업체인 LG전자가 판매가를 올린다는 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속사정은 이렇다.
판매가는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협의에 의해 결정한다. 반면 시장점유율이 90% 이상 넘어가는 제품은 납품업체가 판매가를 결정하는 일이 빈번하다. 납품업체가 제품 출하를 금지하면 유통업체는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갑과 을의 관계가 역전된 셈이다.
실례로 최근 빙그레의 바나나 우유값 인상이 그렇다. 바나나 우유 시장의 90% 장악한 빙그레는 유통업체들과 사전 협의 없이 가격 인상 소식을 언론에 알렸다.
LG전자는 이마트 저가 TV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권희원 LG전자 부사장은 지난 2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임원특강에서 "질이 많이 떨어진다. 살 수는 있겠지만, 사고 나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이마트 저가 TV를 혹평했다. |
국내 TV시장도 만찬가지다. 삼성과 LG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98~99%로 추정된다. 두 업체 간 점유율 차이가 2%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과 LG가 사실상 국내 TV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독점적 공급위치를 활용, 대형마트 가격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양사는 납품가를 고정한 체 판매가를 수시로 바꿔 가면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판매가가 납품가보다 낮으면 ‘장려금’ 제도를 통해 대형마트의 손실을 보전해 준다.
LG전자가 이마트의 판매가만 인상하면 얼핏 보기에는 이마트의 마진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연스럽게 판매 감소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TV의 경우 대형마트의 가격협상력이 사실상 없다"며 "LG 입장에서는 삼성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만큼 이마트 판매가를 올린다고 해서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판매가 인상을 이틀 만에 중단했지만, 이마트에 대한 공격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권희원 LG전자 부사장은 지난 2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임원특강에서 “질이 많이 떨어진다. 살 수는 있겠지만, 사고 나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이마트 저가 TV를 혹평했다.
이마트 측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전면전 형태로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마트 관계자는 “LG전자의 판매가 인상은 전혀 없었다”며 “영업부에서 그런 동향이 있었다더라 하는 소문은 있었지만 실제 우리쪽에 공문이 들어온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업이 사업에 대한 판단은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가타부타 할 필요도 없고 그럴 입장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격양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또다른 이마트 관계자는 “(LG전자의) 고위 경영진까지 나서서 우리 제품을 깎아내리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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