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처벌 수위가 기대 이하여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실효성을 담보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7부(정효채 부장판사)는 7일 의약품 유통업체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모 씨와 의료재단 이사장 조모 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병원장과 약사에게 리베이트 선급금 12억여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의약품 유통업체 S사 전 대표 조모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1월 도입된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처음으로 구속됐던 의료인에 대한 법원의 처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쌍벌제 시행으로 제약사로부터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금전이나 물품 등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받다 적발된 의료인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됐다.
행정처분 규칙도 개정돼 6월22일 이후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등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은 최대 12개월로 늘어나게 됐다. 이전에는 리베이트 수수 사실을 적발해도 2개월 자격정지 행정처분 이외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이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의료인들은 쌍벌제 적용으로 최종 판결에 따라 형사처벌과 함께 최대 12개월의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리베이트 수수행위를 범죄로 인정함에 따라 리베이트 퇴출에 대한 공감대도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경희대의료원 리베이트 폭력사태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고 약가 인하를 둘러싼 보건의료계의 자정선언까지 이어지면서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 퇴출에 대한 보건의료계 안팎의 기대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시민사회와 대부분의 국민들은 리베이트를 여전히 범죄로 보지 않는 일부 의료계의 시각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처벌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이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리베이트 퇴출에 대한 높은 사회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법원이 리베이트 사건을 일반적인 배임 사건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판단을 보면 리베이트 문제를 일반적인 배임 사건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악순환을 이루며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온 리베이트 관행을 퇴출하기 위해 어렵게 쌍벌제 입법이 이뤄졌음에도, 사법부의 판단은 입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김태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리베이트는 이해관계자 간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로 어려운 과정을 거쳐 쌍벌제가 입법된 것도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사법부의 판결은 리베이트 문제를 지나치게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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