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철 교수 "건축과 도시 공간은 인문학의 하드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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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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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돌베개 펴냄.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20대 말에 '여의도개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30대 말에 예술의전당을 설계했다. 이후 쿠웨이트 자하라 신도시와 베이징 경제특구 등을 구상한 사람. 도시설계가이자 건축가로 명성이 높은 김석철(67·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대표·명지대 석좌교수 겸 명예 건축대학장)교수에 대한 대표적 이력이다.

그는 "인문학이 건축과 도시 설계의 중심이며 건축도 역시 인문학"이라며 40년간 세상과 사람의 이해를 위해 종교와 철학책을 섭렵하고 건축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그의 건축물이 높은 평가를 받는 동시에 많은 대중에게 오래 사랑받은것은 그가 노력한 인문학적 소양이 두루두루 작용됐기 때문이란 평가다.

대한민국 건축계 거장으로 평가받는 김 교수가 펴낸 이 책은 한국연구재단이 진행한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 펼친 다섯 차례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그의 인문학적 사유와 예술가적 감수성 및 역량이 책 속에서 구석구석 파악돼 읽으면서 계속 감탄이 느껴지면서도 읽기도 어렵지 않다.

저자는 고대문명의 건축과 도시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는 중국 취푸(曲阜)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당시 해당 지역이 공자 사상의 주요 발상지란 점에 주목했다. 이에 중국 당국에 취푸 설계를 '유학 이념의 상징 도시'를 컨셉으로 잡자고 설득했다. 이는 공자의 고전 '논어', '맹자' 등이 고대 문명과 현재의 21세기 시대 간의 연결고리가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또한 그는 유럽이 세계 문명의 중심에 오른 이유를 중세의 도시에서 찾는다. 그는 중세가 빛의 시대이자 시민의 시대였고, 대학을 포함한 르네상스와 연관된 모든 요소가 중세시대에 태동됐기 때문에 그렇다 주장한다. 또한 사람이 모여들어 만나게 하는 광장과 운하로 연계되는 어반 네트워크는 미래 도시설계에 시사하는 족적이 크다고 말한다. 중세 문명에 대한 그의 통찰은 서울 사대문안 특구 설치 제안과 경주 재생 제안으로 이어지고 '한반도 인문학'으로 만개한다.

그는 서울은 산으로 싸여져 있고 중앙에 '한강'이라는 거대한 자연이 흐르나 정작 도시의 곳곳은 콘크리트 사막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그는 '중세 최대의 걸작'인 서울(한양)을 역사와 지리·문화 공간을 한데 모은 인프라, 즉 광장과 거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산이 광화문과 대한문 광장으로 이어지고, 남산을 지나서 한강에 자연스레 닿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책의 말미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진행되는 '4대강 살리기'에는 한반도 하드웨어에 대한 일관된 비전이 없다"며 "각 강별 특성을 제대로 살리고 강별 문제점을 정확히 해결하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4대강 주변은 21세기 한반도의 도시 공간이 되어야 한다. 4대강 사업이 문제가 많다고 해서 한반도의 새 하드웨어를 고민 않는 것도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다"라며 "국토 기획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집합해야 하는 분야다. 정치권 학자들 말고, 여러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들이 4대강논의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02년 위암에 걸렸고 2005년에는 식도암까지 생기며 몇년째 암투병 중인 그는 책에 "몸과 마음이 하나인 것을 알면 늦은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304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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