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보험사와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까지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은행권 가계대출 급증… 세종시 탓?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51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2000억원 증가했다.
9월 증가액이 6000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급증한 표면적인 이유는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대출 실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민간 분양 물량이 풀리기 시작한 데다 분양가도 예상보다 낮게 책정돼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파트 신규분양 증가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대한 중도금대출 취급, 전세자금대출 수요 증가 등이 은행권의 대출 확대로 이어졌다”며 “실수요자에게 대출이 집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 위기 등으로 주가가 하락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저점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의 주식 매입자금 차입이 늘면서 전반적으로 은행 대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 제2금융권도 대출 확대 가세
금융당국의 은행권 가계대출 억제 정책의 반작용으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에서 우려한 ‘풍선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보험사들의 3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66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원 늘었다.
특히 하반기 들어 대출 잔액이 7월 64조5000억원, 8월 65조9000억원, 9월 66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다 보니 보험사 약관대출이 크게 늘었다”며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소액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은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의 점검이 끝나 금리를 대폭 낮춰줄 수 있다며 대출을 갈아타거나 새로 받으라고 종용하고 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먹거리 창출을 위해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곳이 많다”며 “기존에 30% 이상 적용하던 금리를 20%대로 낮춰주면서 대출 가입을 권유하는 식으로 실적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와 대부업체까지 대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캐피탈 업계의 경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통한 대출 광고가 하반기 들어 30% 이상 증가했다는 전언이다.
◆ 당국, 추가대책 마련할까
금융당국은 4분기 들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관련 업계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의 감독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보험감독국은 가계대출 증가폭이 큰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해당 보험사에 여신심사를 강화하라는 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저축은행감독국과 여신전문감독국 등도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인하해주는 영업 행태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내년 경기 둔화와 증시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가계대출 수요도 계속 늘어날 수 있다”며 “금융당국도 선제적 대응을 위한 추가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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