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를 만나려 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해 방문 일정이 15일로 미뤄지는 등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이 13일 한미 FTA 비준안의 여야 협의처리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여야 원내대표 역시 협의 통로를 열어놓고 합의 노력을 이어가는 등 여야 ‘협상파’의 움직임도 점차 커지고 있어 여야 협상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한미 FTA 비준안의 합의비준과 국회폭력 추방’을 요구하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여권 쇄신의 선봉장 역할을 하며 청와대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 이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던 정 의원은 이날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에 대해 “범여권의 혁신과 한미FTA 비준은 별개 문제가 아니다”며 “대통령의 사과, 정부의 국정기조 변화와 더불어 한나라당에 가장 중요한 점은 정책쇄신”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 의원과 함께 쇄신 목소리를 높였던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 정두언 최고위원 역시 이날 농성장을 격려방문해 힘을 보탰다.
앞서 지난 8일 한나라당 주광덕 현기환 황영철 홍정욱, 민주당 박상천 강봉균 김성곤 신낙균 의원 등 ‘여당의 일방처리와 야당의 물리적 저지 반대’를 주장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한 8명 역시 비준안 처리를 위해 각 당의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미 양국 정부가 FTA 발효와 동시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의를 시작한다는 약속을 받아와야 한다”는 민주당 ‘협상파’의 ‘ISD 절충안’이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만 되면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여론의 FTA 반대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고 여권 내 상황도 쉽지만은 않아 FTA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에 따른 불안감으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행처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다, 박희태 국회의장 역시 직권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15일 국회를 방문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반(反) FTA 정서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현재 미국 하와이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이 제19차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방안을 가져올 경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지난 11일 “이 대통령이 APEC 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협상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가져온다든지 새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면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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