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통상전문가들은 미·일 FTA의 우회전술로 보고 국회 계류 중인 한미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통해 선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13일 "이제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큰 그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섣불리 얘기하기 어렵다"며 "협상과정을 지켜보며 대응책이 필요하면 준비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도 한때 TPP 참여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TPP 참여국의 면면을 감안할 때 추가로 관세폐지의 혜택을 누릴 여지가 적은 것으로 판단해 유보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TPP 참여 10개국은 모두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했거나 추진 중인 상태다.
미국은 발효에 필요한 비준안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고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는 협의단계에 있다.
페루, 칠레는 양자 FTA가 발효된 상태며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나머지 국가도 한-아세안 FTA의 틀에 포함돼 있다.
TPP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보는 이유는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FTA의 경우 두 나라 간에 맺는 FTA보다 관세철폐의 폭과 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고 이해당사국의 수가 많아 합의도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5대 경제강국인 일본이 국내 농가 등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것은 장기침체의 늪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도구로 TPP를 선택함한 것으로 보인다. TPP의 위상이 한층 강화된 점은 우리에게도 잠재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예외없는 관세 철폐를 내건 TPP는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3위인 일본이 참여하기 때문에 사실상의 미·일 FTA다. 따라서 TPP가 실현되면 세계 최대 자유무역권이 출현하게 된다.
이와 관련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이 한미 FTA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심정에서 미국과의 FTA를 TPP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 교수는 "다자 협상이란 게 제대로 타결되기는 어렵지만 잘 타협이 된다면 최대 단일시장인 미국에서 한미 FTA에 따른 우리의 선점효과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한시라도 빨리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TPP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우리나라 제품의 제3국 수출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분석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최석영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는 "일본의 TPP 참여를 계기로 국회가 한미 FTA의 비준안 처리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영무 통상교섭본부 FTA정책심의관은 우리의 TPP 참여 전망에 대해선 "참가국이 아태 경제권 전역으로 확대되거나 지정학적, 경제 전략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장기적으로 고려해 볼 수는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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