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민혁명] ‘카리스마’ 리더십의 위기… ‘친화·소통’ 요구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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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1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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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금융위기와 잇따른 경제시스템의 위기가 정치 리더십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대중이 바라는 정치 리더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한 ‘신화(myth)’를 쓴 인물로 대중과 수평선에서 소통하고 이해하며, 남을 리드하기 보단 희망과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과거 리더의 덕목이 정치 및 국가운영이란 함목적성에 기초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근거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변화의 요구는 국경을 초월해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대선을 맞는 내년, 어떤 결과를 끌어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 마키아벨리즘의 실종, 사라지는 ‘구체제·독재형’ 리더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과 독재·군주형 리더가 즐비한 북아프리카·중동(MENA) 지역의 정치 지도자들이 속속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들은 체제변화를 통해 극심한 경제위기와 생활고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여론에 의해 등 떠밀리듯이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
 
 유럽에서 경제위기의 첫번째 희생양은 브라이언 카우언 아일랜드 전 총리. 아일랜드에서 80년간 집권해온 공화당을 이끈 카우언 전 총리였지만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 지난 3월 조기 총선에서 패하며 정치 생명을 마감했다.
 
 유럽 재정위기를 촉발한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도 경제위기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17년간 이탈리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13일 사임했다.
 
 조제 소크라트스 포르투갈 전 총리는 지난 3월 의회가 긴축안을 부결해 퇴임했고, 이베타 라디초바 슬로바키아 총리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 승인 투표에 패배하면서 실각했다.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는 정치·경제 위기를 동시에 타파하기 위해 총선을 4개월 앞당겨 치르기로 했으나, 여론은 이미 야당인 국민당 쪽으로 기울었다.
 
 정치발전 단계가 늦은 MENA 지역은 시민혁명 등 급진적인 방법으로 현 정치 체제를 뒤집는 모습이다.
 
 리비아는 무력 시민혁명을 통해 40년 동안 철권 통치를 해온 무아마르 카다피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이집트도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기존 정치·경제 체제에 대한 불신, 그리고 변화를 바라는 대중들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대중들은 과거 절대적 권위와 능력을 발휘하는 정치 리더십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 ‘희망’ 먹고 사는 대중 “새 리더십을 바란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상충된 이념 아래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은 대중들은 새로운 ‘정치’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과거 정치가 일방·리드·지도 등으로 대표됐다면, 이제는 희망·소통·조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 국민들은 1%의 부를 독점하는 공화당의 신자유주의에 실망을 느끼고 비주류이던 민주당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전세계가 애플사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IT 분야에서 그가 보여준 창의성과 소비자들과의 소통, 돈보다는 비전을 쫓는 모습이 새 시대를 바라는 젊은층에 귀감이 된 것이다.
 
 국내의 경우도 20~40대의 멘토로 불리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10·26 보궐선거를 계기로 순식간에 대선 후보로 부상한 것도 사회적 요구와 변화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 2012 글로벌 ‘대선의 해’… “대격변 올 것인가”
 
 정치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달라진 현 시점에서 내년 세계 주요 국가들은 국가 지도자를 새로 뽑는다.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시민사회 운동의 부상, 정치리더십의 변화 등이 현실화할 지 주목된다.
 
 우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10월부터 후진타오 국가주석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으로 권력 이양이 시작된다.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은 대중의 불만이 낮고 경제위기의 피해가 적었지만 권력이양이 연착륙할 지는 관심사다.
 
 프랑스는 내년 4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총리의 승부가 예고돼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아랍 이민자들의 급증과 일자리 감소 문제가 주요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내년 3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한판 승부를 벌인다. 민주주의의 발전이 더딘 러시아의 경우 지난 5년여 동안 원자재 수출로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소통’의 메드베데프, ‘카리스마’의 푸틴이란 대결 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대만도 1월 현 총통인 마잉주 주석과 차이잉원 전 민진당 주석의 대결이 그려진다. 이밖에 한국(12월)과 미국(11월)·캐나다(10월)·인도(7월)·멕시코(7월)·카자흐스탄(12월) 등도 새 대통령 · 총리 선출을 위한 선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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