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형의 바이주세계(11)> 펀주, 바이주계의 아라비안나이트



(아주경제 한진형 기자) 1905년 7월 중국 혁명의 아버지 쑨원(孫文)은 프랑스 마르세이유항을 출발해 일본에 도착하였다. 이날 쑨원은 훗날 가장 친한 친구이자 중화민국 창건자 중 한 사람이 될 황싱(黄兴)을 소개받았다. 이들의 술자리는 저녁까지 이어졌고 황싱은 특별히 쑨원의 고향인 광동의 요리와 함께 펀주(汾酒)를 준비하였다.

쑨원은 ‘오늘 우리는 조국의 명주로 함께 건배합니다(今天我們用祖國的名酒共同舉杯), 낡은 만주족의 군주제를 몰아내고, 중화를 회복하고 민국을 설립합시다’라며 술잔을 들고 힘차게 건배사를 외쳤다. 이후 중국혁명동맹회 설립대회에서 쑨원은 다시 한번 펀주를 치켜들고 건배를 제의하였으며 회의에서 쑨원은 총리로 추대되었다.

펀주는 산시(山西) 펀양현(汾陽縣) 싱화춘(杏花村)에서 생산된다. 황허(黃河)이북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명주로서 52년부터 열린 다섯 번의 국가급 주류품평회에서 모두 명주로 선정되었다. 도수는 높은 것이 65도나 될 정도로 독하며 청향형(淸香型) 바이주의 대표주자이다. 청대(淸代) 모험소설 《경화록(鏡花綠)》은 전국의 10대 명주 중에서 분주를 최고로 꼽는다.

분주는 술을 빚을 때 신정(神井)’ 혹은 ‘선정(仙井)’ 이라 불리는 우물물을 이용하는데 여기 얽힌 전설이 아주 재미있다. 옛날 이곳에는 술집이 번창하였는데 어느 겨울날 거지 행색의 두 노인이 와서 추위에 몸을 떨며 술을 달라고 했다. 술집주인이 술을 주자 이들은 고맙다는 말도 않고 가버렸다. 이튿날도 마찬가지. 셋째 날 이들은 다시 술을 한 바가지 마시고는 술을 우물에다가 다 토해 버렸다. 이들이 떠나고 난 뒤 우물물은 어느새 술로 변해 있었고 그 향기가 온 마을을 진동할 정도로 향기로웠다고 한다.

또한 아주 오래전 단오명절에 이 곳 싱화춘에서 성대한 화주회(花酒會)가 열었다. 이날 각 지방에서 온 기이한 꽃들과 향기로운 귀한 술들이 싱화춘에 운집하였다. 그 향기로움이 천상의 팔선(八仙, 중국 민간 전설 중 8명의 선인) 들에게까지 닿아 이들이 구름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와 펀주를 마시고 기념으로 회화나무 한 그루씩을 심었다고 하는 전설도 있다.

이처럼 펀주는 이야기가 많은 술이다. ‘話說天下大勢,合久必分,分久必合’(천하란 것은 분열이 오래되면 합쳐지고, 합친지 오래면 반드시 분열된다)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연의(三國演義)의 첫 문장이다. 산시(山西)의 명주, 칭향형 바이주의 대표주자 펀주(汾酒). 이 술을 중국사람들과 함께 마신다면 “喝酒必汾,汾酒必喝” (술을 마신다면 반드시 분주를, 분주는 반드시 마셔야 한다) 라고 외쳐보자(위 문장과 발음이 거의 같다) 건배사와 함께 잔을 비우고 나면 유비, 관우, 장비처럼 피를 나눈 형제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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